비행기도 친환경 연료로 난다... 항공업계에 부는 '탄소중립' 바람

입력
2022.08.2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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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탄소 배출량 자동차 두 배
일본·유럽 항공사 속속 SAF 사용  의무화 발표
높은 가격이 단점...생산 단가 낮춰야

글로벌 항공업계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지속 가능한 항공연료(SAF·Sustainable Aviation Fuel)’ 도입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항공기의 탄소 저감에 대한 요구가 갈수록 높아지는 데다, 값비싼 SAF와 기존 항공유 간 가격 격차도 상당 부분 좁혀져 친환경 연료 전환에 속도가 붙고 있다는 분석이다.

SAF는 식물, 폐식용유, 동물성 지방 등을 활용해서 만드는데, 기존 화석연료와 비교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약 80% 줄일 수 있다.

싱가포르항공·대한항공, 올해 SAF 사용 시험비행 나서

23일(현지시간) 영국 이코노미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일본 항공사인 전일본공수(ANA)는 최근 2050년까지 자사 항공기 원료를 SAF로 100% 전환하는 계획을 발표했고, 일본항공(JAL)도 SAF 도입 확대를 위해 올해 말 미국 SAF 제조기업과 공급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코노미스트는 “유럽연합(EU)은 2030년까지 역내 모든 항공사에 SAF 혼용을 의무화할 예정”이라며 “에어프랑스 등 유럽 항공사들이 SAF 도입을 가장 서두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항공이 지난달 SAF로 시험 비행을 시작했고, 대한항공은 지난 2월 파리~인천행 노선 비행기에 국내 항공업계 최초로 SAF를 도입했다.

항공기의 탄소 배출량은 다른 교통수단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영국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BEIS)에 따르면, 승객 한 명이 1㎞를 이동할 경우 배출되는 탄소량은 항공기가 255g으로 버스(105g)와 디젤 중형차(171g)의 두 배 수준이다.

SAF가 글로벌 항공업계의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가장 현실적 대안으로 여겨진다. 자동차의 탄소 배출을 줄이는 수소연료나 전기 배터리 등은 아직 항공기에 적용하기엔 기술 개발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지난해 미국 보스턴에서 개최된 제77차 연차총회(AGM)에서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의 65%를 SAF로 감축하는 내용의 결의안에 합의했다.

SAF 생산량도 빠르게 증가...생산단가 비싼 점은 한계

항공업계의 수요 증대에 공급업체들도 생산시설 증대에 나서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SAF 생산기업인 핀란드의 네스테는 네덜란드 등에 위치한 공장을 확장, 내년 말까지 SAF 연간 생산량을 19억 리터(L)까지 늘릴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글로벌 총 생산량의 15배에 해당하는 양이다.

미국 기업인 월드에너지도 캘리포니아 파라마운트에 위치한 정유공장에서 2025년쯤에는 연간 13억 리터의 SAF를 생산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국내에서는 현대오일뱅크가 SAF 사업에 나서, 2024년 충남 서산시에 SAF 생산공장을 건설할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비싼 가격은 아직 과제로 남아 있다. 리터당 SAF 가격은 지난해만 해도 기존 항공유의 2~3배에 달할 정도로 비쌌다. 올해 초 유가가 지난해 연말 대비 2배가량 오르면서 SAF와 항공유 간 가격 차이가 30% 수준까지 좁혀졌지만, SAF 생산 단가 자체가 낮아져야 완전한 상용화가 가능할 거라는 분석이다.

SAF 생산량을 늘리려면 옥수수, 야자나무 등의 작물을 많이 사용해야 하는데, 이것이 전 세계 식량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미국 저탄소전문기업인 앨더퓨얼스가 SAF를 농업 폐기물과 비식용 천연오일 등 다양한 원료로 만드는 기술을 개발 중”이라며 “상용화된다면 기존의 식량 생산분을 뺏지 않으면서도 미국 내 필요한 항공유의 4분의 3을 대체할 정도의 SAF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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