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그룹 내부에서 최정우 회장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최 회장이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비상 경영을 선포하고도 올 상반기 보수를 이례적으로 두 배가량 올려서 받았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대체 뭔 일을 얼마나 했다고 혼자만 성과를 챙기냐"며 쓴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23일 포스코홀딩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최 회장은 상반기 보수로 18억8,400만 원을 받았다. 이는 지난해 동기(9억8,600만 원)보다 8억9,800만 원(91.1% 증가) 오른 액수로, 국내 철강업계 최고 수준 대우다.
최 회장은 급여에서 올해 3월까지 월평균 7,510만 원을 받았지만, 4월부터 8,640만 원으로 올라 총 4억8,500만 원을 수령했고, 성과 연봉, 활동 수당 등 상여금으로 13억9,900만 원을 받았다.
회사 측은 2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리는 등 경영 성과 몫을 받은 것이라는 입장이다. 최 회장뿐만 아니라 전중선 포스코홀딩스 사장(10억9,400만 원)은 전년 동기 대비 107.2%,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9억4,500만 원) 59.9%, 정탁 포스코 사장(8억5,300만 원) 58.3% 등 다른 임원들도 올 상반기 보수가 크게 올랐다. 포스코홀딩스 관계자는 "다양한 지표를 바탕으로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평가보상위원회에서 지급 규모를 결정한다"며 "좋은 실적에, 3년 단위의 장기인센티브가 이번 성과 연봉에 통합·반영돼 일시적으로 급등한 것처럼 보인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의 해명에도 직원들은 납득이 안 간다는 반응을 보인다. 익명 커뮤니티에는 비우호적인 경영 환경이 펼쳐지는 시점에 벌인 성과급 잔치는 기만행위라는 강한 어조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비상이라면서 모두 챙기는군", "대체 뭐 했다고 최태원 SK 회장(17억5,000만 원)보다 더 받아가는 건가" 등 비난들이 눈에 많이 띈다. 최 회장은 지난달 원자잿값 하락과 수요 위축 등으로 하반기 전망이 암울하다며 비상경영 체제를 선포하며 "복합적인 경제 충격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며 "자금 상황에 문제되지 않도록 현금 중심 경영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원들은 상여금 격차에 대한 박탈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포스코그룹은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속에서도 시장 전망을 뛰어넘는 2조4,030억 원의 영업이익(연결기준)을 올렸고, 이듬해인 2021년에는 창사 이래 최대인 9조2,381억 원을 기록하는 등 탄탄한 실적을 유지했다. 올해는 지주사 전환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상반기에만 지난해에 버금가는 영업이익 4조3,560억 원을 달성했다.
반면 직원들의 임금 인상률은 2019년 2%, 2020년 동결, 2021년 2.5%(100만 원 별도 지급)에 그쳤다. 포스코 노조 관계자는 "직원 임금을 결정할 시기엔 실적 우려를 앞세워 동결하거나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며 "반면 임원들 보수를 결정할 땐 높은 실적을 앞세우는 상황이 되풀이돼 왔다"고 지적했다.
노조 측에서는 최 회장의 앞으로 행보와 연결 짓기도 한다. 노조 측은 "최 회장은 잇따른 산재 사고와 직장 내 성추행 논란으로 시민사회단체 등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며 "혹시 교체될 상황을 대비해 성과급을 너무 많이 챙긴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전임인 권오준 전 회장 역시 2018년 7월 퇴직 직전인 2017년 이례적으로 전년보다 50.6% 오른 24억7,300만 원을 보수로 챙겼다. 권 전 회장은 당시 임기를 2년 남겨두고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 물러나 정권 교체에 따른 퇴직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최 회장은 올해 3월 연임이 확정돼 임기는 2024년 3월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