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더위 물러간다는 '처서'...붉게 익어가는 감
입력
2022.08.23 11:42
박민정
기자
여름 더위 지나고 가을 맞이한다는 처서(處暑)
박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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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하마스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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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 피해 스마트폰 대신 호출기 썼는데... "헤즈볼라의 '아킬레스건'을 공격했다"
"헤즈볼라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렸다." 17일(현지시간) 레바논 친(親)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가 쓰던 무선호출기 수천 대의 동시다발 폭발 사건과 관련,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내린 평가다. 핵심 통신 수단 파괴 차원을 넘어, 외부 추적과 감시를 피하려 했던 보안 조치의 취약성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헤즈볼라의 조직 운영력은 물론, 사기와 전투력도 약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NYT와 영국 BBC방송 등은 이날 레바논 전역에서 발생한 호출기 폭발 사건을 "헤즈볼라의 가장 취약한 부분을 겨냥한 조직적이고 정교한 공격"으로 규정했다. 헤즈볼라는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 발발 이후, 호출기를 핵심 연락 수단으로 삼아 왔다. 이스라엘의 감시망을 피하는 데에는 도청과 추적이 가능한 스마트폰보다 호출기가 유용하기 때문이었다. 올 2월에는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가 스마트폰 사용 금지 및 폐기 명령도 내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호출기는 위성항법장치(GPS) 기능 또는 마이크·카메라가 없고, 텍스트 전달도 매우 제한돼 있어 (보안상 이유로) 헤즈볼라가 특히 선호했다"고 전했다. 헤즈볼라로선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됐다. NYT는 "헤즈볼라는 당분간 주요 통신 수단이었던 호출기 사용을 멈추고, 다른 통신 수단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BBC는 "헤즈볼라 조직원 간 소통이 어려워지면서 통신망뿐 아니라, 전투력과 사기에도 파괴적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국 가디언도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의 심장을 공격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헤즈볼라에 '너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보다도 우리가 더 잘 할 수 있다'고 보낸 엄중한 경고"라고 분석했다. 사실 이스라엘이 적의 통신 수단을 공격한 게 처음은 아니다. 1996년 이스라엘 정보기관 신베트가 하마스 최고의 폭탄 제작자를 암살하기 위해 휴대폰 폭발물을 활용했던 게 대표적이다. 다만 이번에는 헤즈볼라가 '구시대의 유물' 무선호출기를 사용하면서까지 취했던 보안 강화 조치를 역이용했다는 점에서 놀라움을 안겨주고 있다. 이번 공격은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와 이스라엘방위군(IDF) 등의 합동 작전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헤즈볼라가 대만의 제조업체 '골드아폴로'에 주문한 호출기 공급망에 침투, 폭발물을 은밀하게 심었다는 것이다. NYT에 따르면 폭발한 호출기는 대부분 AR924 모델로, 배터리 옆에 1~2온스(28.3∼56.6g)가량의 폭발 물질과 이를 원격으로 작동시킬 기폭 장치가 내장돼 있었다. 폭발 직전 수초간 신호음을 내는 프로그램도 설치됐다고 NYT는 덧붙였다. 다른 외신들도 '이스라엘 소행'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FT는 "레바논으로 운반 중이던 호출기 선적물을 이스라엘이 가로채 소량의 폭발물을 몰래 삽입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BBC도 "의심할 여지 없이 이스라엘의 작전"이라며 "다른 나라나 단체는 이런 일을 할 동기나 능력이 없다"고 짚었다. 앞서 레바논은 호출기 3,000여 대를 주문했고, 일부는 이란과 시리아에도 공급됐다. 골드아폴로 측은 이 사건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냈다. 쉬칭광 골드아폴로 회장은 18일 성명을 내고 "폭발한 호출기는 우리 상표만 붙어 있을 뿐, 3년 전 업무 협약을 맺은 헝가리의 'BAC 컨설팅 KFT'라는 업체에서 제조한 것"이라고 밝혔다. 대만 경제부도 대만에서 레바논 등 중동 지역으로 호출기가 직접 수출된 기록이 없다고 발표했다.
지구당 부활론 급물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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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 민주주의' 주역 지구당은 왜 20년간 부활하지 못했나
2003년 11월 6일 '지구당 폐지'를 다룬 한국일보 기사에는 이런 대목이 실려 있다. 또 다른 기사에는 "선거가 시작되면 1주에 지구당 활동비가 최소 1억 원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당시 지방에서 1억 원을 호가하는 20평대 아파트도 적지 않았던 사실을 감안하면 지구당은 '돈 먹는 하마'였던 셈이다. 왜 이렇게 돈이 많이 들어갔던 것일까. 지구당은 1962년 법적 근거를 갖춘 이후 정당과 지역구 주민의 가교 역할을 담당하면서 정치적 이념이 같은 사람을 결집하는 역할을 맡았다. '풀뿌리 민주주의' 구현을 위해 사무실과 유급 직원을 두고 후원금 모금, 당원의 입·탈당, 당원 교육, 지역 행사 등을 주관했다. 지구당의 활동에 따라 선거 결과가 달라지는 구조상 인건비와 임대료 등 각종 부대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었다. 반면 불법 정치자금의 온상이기도 했다.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이 2002년 제16대 대통령 선거 당시 2톤 트럭을 동원해 기업으로부터 현금 823억여 원을 수수한 뒤 전국 지구당에 살포한 '차떼기' 사건이 대표적이다. 지역 토호세력이 후원금을 매개로 지구당과 유착했고, 심지어 지구당 위원장으로부터 공천을 받아 직접 기초의원이 돼 이권에 관여하는 촌극까지 벌어졌다. 이런 과정에서 지구당은 현역 정치인이나 정치 후보자의 선거조직 관리와 선거동원의 수단으로 이용돼 '사당화(私黨化) 문제'가 심각하다는 비판도 받았다. 고비용 정치에 불법 논란까지 더해지자 지구당에 대한 국민적 분노는 극에 달했다. 결국 정치권은 2004년 "고비용 저효율의 정당구조를 개선해 새로운 정치풍토를 조성하겠다"며 지구당을 폐지했다. 이에 민주노동당은 헌법재판소에 "지구당 폐지는 정당의 자유 침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으나, 헌재는 "지구당은 운영에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었고 선거브로커의 활동 창구 역할을 할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며 기각했다. 결국 지구당은 사라졌다. 하지만 지역 관리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많아졌다. 결국 각 정당은 이듬해 "정당의 자율성을 확대하겠다"며 법을 개정해 지구당의 역할을 대신하는 당원협의회(국민의힘)와 지역위원회(더불어민주당)를 만들었다. 다만 지구당처럼 후원금을 모금하고, 유급 직원을 고용해 사무실을 별도로 설치할 수 없어 당협위원장이나 지역위원장들은 활동에 상당한 제약을 겪었다. 지구당 부활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는 과정에서 하급심 법원이 2013년 헌재에 당협 사무소 설치를 금지한 법에 관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넣은 적도 있었다. 그러나 헌재는 "불법 정치자금 수수·부패가 완전히 근절되었고, 과거 지구당 제도와 크게 다르지 않은 당원협의회 사무소 설치를 허용할 만큼 국민의 의식수준이나 정치환경이 전면적으로 변화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며 "정당의 지역조직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정보통신기술 등을 활용해 얼마든지 지역민들과 소통할 수 있어 당원협의회 사무소를 설치할 필요성은 점점 적어지고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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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도광산 추도식 올해 가을쯤 열듯"
일본 정부가 사도광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과정에서 약속했던 노동자 추도식을 올해 가을쯤 여는 방안을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18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기타무라 도시히로 일본 외무부 보도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출신자를 포함한 노동자 추도 행사를 올해 가을에 실시하는 방향으로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도광산이 위치한 니가타현 사도시 지역 당국 관계자도 추도식 시기 관련 질문에 "10, 11월쯤"이라고 답했다고 교도는 전했다. 사도광산 노동자 추도식은 일본이 지난 7월 제46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회의(WHC) 당시 약속했던 행사였다. 가혹한 노동 환경 속에서 고통받은 노동자들을 기리는 추도식을 매년 개최하겠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공언이었다. 그러나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이후에도 일본 정부가 추도식 일정을 공개하지 않자 후속조치 이행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한국 국회 등에서 표출됐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가 추도식 일정 관련 대략적인 설명을 한 것이다. 다만 도시히로 보도관은 이날 "사도광산의 모든 노동자를 추도하는 행사가 매년 열릴 예정"이라며 추도 대상에 일본인 노동자도 포함된다고 재확인했다. 추도식이 일본인 노동자와 조선인 노동자를 분리하지 않은 채 진행되는 점은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당시에도 '추도 대상을 흐린다'는 비판을 받았다.
티몬·위메프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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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메프' 류광진·류화현 대표 19일 첫 소환… 1조대 사기, 500억대 횡령 혐의
대규모 미정산 사태로 업체들의 연쇄 도산 위기를 불러일으킨 '티메프'(티몬·위메프) 대표를 상대로 검찰이 첫 소환 조사에 나선다. 검찰은 두 대표를 불러 지금까지 실무자급 임원들을 상대로 조사한 사실관계를 확인·점검하고, 사태의 '최정점'으로 꼽히는 큐텐그룹 구영배 대표의 구체적인 지시나 역할 등에 대해 캐물을 전망이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티메프 전담수사팀(팀장 이준동 부장검사)은 19일 오전 10시 류광진 티몬 대표와 류화현 위메프 대표를 각각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이들이 검찰 조사를 받는 건 처음이다. 두 사람은 티메프 입점 업체들에 정산해야 할 판매 대금을 미국 이커머스 업체 '위시' 등 다른 플랫폼 기업을 인수하는 데 사용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를 받고 있다. 판매 대금을 지급할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상품권 할인 판매 등을 통해 '돌려막기'식으로 입점 업체들에 대금을 지급하며 계약을 유지한 혐의(사기) 등도 적용됐다. 수사팀이 현재까지 파악한 횡령액은 약 500억 원, 사기 규모는 1조4,000억 원대에 이른다. 검찰은 양사 대표를 상대로 판매 대금 지급 불능 상태 등 재무 상황을 언제 인지했는지, 위시 인수에 티메프 정산대금이 흘러가도록 한 의사결정 과정에 관여했는지 여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두 명의 대표에게 지시한 '윗선' 등에 대해서도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금융감독원의 수사의뢰 엿새 만인 8월 1일부터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수사팀은 압수물 분석과 동시에 관련사 주요 임원들을 불러 사실관계 확인을 병행했다. 이번 사태 '키맨'으로 꼽히는 큐텐그룹 이시준 재무본부장(전무)은 2년 치 통화녹음이 담긴 휴대폰을 임의제출하고 여러 차례 조사받았다. 권도완 티몬 운영사업본부장, 황준호 위메프 파트너성장지원팀장, 최길형 위메프 개발본부장 등 두 회사 자금 업무 담당 임원 다수에 대한 조사도 이뤄져 티메프 대금 보관과 정산 주기 등 전체적인 자금흐름 구조 파악은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큐텐그룹이 티메프 자금흐름을 좌지우지하면서 다른 계열사 이익을 위해 '돌려막기' '역마진 프로모션' 등을 기획했다는 것이 업계 및 검찰 시각이다. 실제로 큐텐그룹은 2022년 9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티몬과 위메프를 차례로 인수한 뒤 두 회사의 재무와 기술개발 기능을 그룹 계열사인 큐텐테크놀로지에 용역 계약 방식으로 일임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검찰은 위메프 상품권 사업을 이관받은 티몬이 무리하게 할인 판매하면서 수백억 원의 자금을 끌어모은 경위에 주목하고 있다. 위시 인수 자금 확보를 위해 현금확보가 쉬운 상품권 사업에 몰두한 것이 그룹 차원의 결정이었을 가능성 때문이다. 검찰이 조만간 구 대표를 소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은 구 대표가 큐텐그룹의 물류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를 미국 나스닥에 상장시키기 위해 '역마진 프로모션'을 무리하게 추진하며 외형상 매출을 부풀리고 판매 대금 돌려막기에 나선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임원들에게 재무 관련 업무를 세밀하게 지시한 그의 이메일도 확보됐다고 한다. 다만, 검찰은 수사가 티메프의 회생 절차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중하게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서울회생법원은 10일 티메프의 회생 절차 개시를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