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막는 세종시의 첨단 건축물

입력
2022.08.2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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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우리는 도시와 건축물이 감염병에 취약하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됐다. 바이러스는 학교와 사무실, 식당, 병원 등 일상 생활의 공간인 도시에서 확산했다. 거리두기와 비대면이 해법이 될 수도 있지만 한계는 명확하다. 공간과 건축에 변화를 줘 이 문제를 해결할 순 없을까.

나는 그 가능성을 본다. 역사적으로 도시와 건축은 팬데믹을 거치면서 발전했다. 흑사병이 지나간 뒤 이탈리아에서는 감염병 확산으로부터 도시를 효과적으로 봉쇄, 관리하기 위한 계획도시 '팔마노바'가 건설됐고, 콜레라 창궐은 상하수도 정비로 이어졌다. 나이팅게일은 크림전쟁에서 병원의 불결한 환경과 감염병으로 많은 군인이 목숨을 잃자 병동 운영에 위생과 환기의 개념을 도입, 사망률을 떨어뜨렸다. 이후 교차감염을 최소화한 병상과 병동의 배치, 환기시설을 강조한 '나이팅게일 병동' 창안으로 이어지는 등 병원 건축 트렌드에 영향을 끼쳤다.

인간은 타인과 교류하며 살아간다. 현대사회에서 교류 공간은 대부분 건축물이고, 교류의 무대는 건축물이 집중된 도시다. 도시화가 세계적 추세이고, 그 물리적 공간을 공유하고 대면하는 행위를 통해 바이러스가 확산했다는 점에서 감염병 예방과 통제를 위한 건축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고 할 수 있다. 공공건축물에 대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의 고민도 이 대목과 닿아 있다. 다중이 모이는 공간을 밀접·밀집·밀폐 등 3밀 예방 원칙을 기본으로 한 건축 계획, 환기·위생설비 계획 등 감염병 확산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설계 가이드라인'이 그 고민의 산물이다.

세종에 오면 이 원칙에 따라 짓고 있는 건축물을 볼 수 있다. 주민센터, 문화·체육시설, 보육시설 등이 입주하는 집현동·합강동 복합커뮤니티센터는 시설·용도별로 건물을 분산 배치했다. 이용자 밀집을 최소화했고, 옥외데크, 옥상정원, 테라스를 설치해 사용자 동선을 자연스럽게 실내·외로 연결되도록 했다. 평생교육원은 중정과 필로티를 통한 자연 환기로 실내 공기질을 향상시켰다. 모두 국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구조의, 바이러스 확산 억제형 공공건축물이다.

신종 감염병의 발생 주기는 짧아지고 있다. 코로나19는 변이를 거듭하며 위세를 떨치고, 그 와중에 원숭이두창 등 새로운 감염병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넥스트 팬데믹'에 대비할 것을 주문한다. 여기에 행복청은 '어떻게 하면 팬데믹 상황에서도 공공의 기능과 공동체 교류가 멈추지 않는 도시를 건설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를 놓고 토론을 벌이고 있다. 세계적인 명품 도시를 만들기 위한 행복청의 고민에 많은 사람이 동참하길 기대한다.



이상래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