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의 서울 본사 설립으로 불거진 포항지역 사회와 포스코 사이의 갈등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포스코가 상경시위 시민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자 이에 반발한 지역시민사회단체가 포항지역 곳곳에 최정우 회장을 비방하는 현수막 1,000여 개로 도배했다. 발끈한 포스코도 직원들과 '결의대회'로 맞불을 놓는 등 극단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22일 포항지역 주요 교차로에는 포스코홀딩스와 최정우 회장을 비방하는 내용의 현수막으로 도배됐다. 붉은색 바탕에 흰색과 노란색 글씨로 ‘포항 시민을 우롱한 최정우는 사퇴하라’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현수막을 건 곳은 포항지역의 총 29개 읍·면·동에서 평소 포항시와 협력하는 자생단체들이다. 각 동네마다 30~40장씩, 총 1,000장이 넘는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 비방 현수막은 포스코 지주사의 포항이전을 촉구하는 시민단체인 포스코지주사-미래기술연구원 포항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 소속 2명이 포스코로부터 1억 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당하자 시작했다. 범대위 소속 시민 2명은 지난달 12일부터 포스코 서울센터와 대통령 집무실, 최정우 회장 집 앞에서 포스코홀딩스의 이전을 촉구하는 시위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 포스코는 이들이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며 법원에 집회금지 가처분 신청과 1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범대위 관계자는 “최정우 회장의 소통 부족을 언급하고 포스코 지주사 이전을 촉구했을 뿐 포스코의 명예를 훼손할만한 내용은 없었다”며 “서울지역 물난리로 시위도 중단했는데 소송을 취하하지 않는 건 듣기 싫은 말을 하면 누구라도 재갈을 물리겠다는 포스코의 오만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포스코는 "1인 시위 과정에서 ‘살인기업’, ‘지방소멸의 앞잡이’로 매도해 불가피했다"고 반박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포스코에 대한 과도한 비방이 7개월 넘게 이어져 직원들 사기가 땅에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며 “무차별적인 공격에 직원들의 자존심이 크게 실추됐다”고 말했다.
포항시가 범대위와 지역 단체들이 도심 곳곳에 내건 현수막을 열흘 넘게 철거하지 않자, 포스코도 결의대회라는 이름으로 직원들과 여론 전에 나섰다. 더구나 포항시와 포스코의 대화 창구마저 닫힌 상태로, 지역 시민단체와 포스코를 중재할 기구가 없어 양측 관계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포항시와 포스코가 지난 2월 포스코홀딩스 본사의 포항 설립에 합의하고 이행을 위해 만든 상생협력 TF회의는 지난 9일 6번째 회의를 끝으로 감감 무소식이다.
포항시는 최정우 회장이 직접 포항을 찾아 포스코홀딩스의 포항 이전에 확고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포항시 관계자는 “본사 이전 합의문에도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과 전중선 포스코 사장이 서명하고 최정우 회장은 전혀 얼굴을 내밀지 않고 있다”며 “포스코홀딩스 이전에 분명한 의지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포항을 찾아 확실하게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