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후보군에 올랐던 여환섭(54) 법무연수원장이 사의를 표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이원석(53) 대검찰청 차장검사를 총장 후보자로 지명한 뒤 고검장급 가운데 첫 사직의사를 표명했다. 앞서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가 추린 4명 중 사법연수원 기수가 가장 낮은 이 후보자가 지명되면서 일찌감치 검찰 고위 간부들의 줄사퇴가 예고됐다.
여 원장은 22일 오전 법무부에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 원장은 이날 한국일보 통화에서 "이제 공직이란 무거운 외투를 벗기로 했다"며 "후배들에게 빨리 길을 열어주고 원활한 업무수행을 할 수 있도록 부담을 덜어주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능력이 출중한 후배들이니 검찰을 잘 이끌어 줄 것이라 생각하고 밖에서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경북 김천 출신의 여 원장은 연수원 24기로 검찰에 입문했다. 대검 중앙수사부 1·2과장과 반부패부 선임연구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을 역임하는 등 검찰 내 대표적인 '특수통'으로 분류된다. '검찰의 입' 역할을 하는 대검 대변인을 맡기도 했다. 청주·대구·광주지검장을 거쳐 대전고검장을 지낸 뒤 법무연수원장으로 발령났다.
그는 치밀하고 집요한 수사 스타일 탓에 '독사'라는 별칭이 붙었다. '대우그룹 분식회계 사건' '현대차 비자금 사건'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 사건' 등 굵직한 기업·권력 비리 수사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특수검사로서 이름을 날렸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 접대' 사건 관련 특별수사단장을 맡아 뇌물수수 등 혐의로 김 전 차관을 기소하기도 했다.
여 원장은 앞서 이원석 후보자, 김후곤(57) 서울고검장, 이두봉(58) 대전고검장과 함께 차기 총장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4명 중에서 이 후보자를 윤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했다.
이 후보자가 지명되면서 '검찰 연소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동기나 후배가 총장으로 임명되면 지휘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연수원 선배와 동기들이 옷을 벗는 검찰 관례 때문이다. 이 후보자는 김오수 전임 총장보다 연수원 7년 후배로, 고검장급들 가운데 가장 기수가 낮다.
여 원장의 사의 표명으로 이 후보자의 선배·동기 기수 간부들의 사의 표명이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전국 일선 고검장 6명이 전원 25기로 이 후보자보다 선배인 데다, 검사장급까지 포함하면 용퇴 폭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후보자는 지휘부 공백을 우려해 간부들에게 "검찰에 남아 도와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