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선배 여환섭 사의표명… 검찰 간부 줄사퇴 이어지나

입력
2022.08.22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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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재수사 등 검찰 내 대표 '특수통'
"후배들에게 길 열어주고 부담 덜어줘야"
고검장급 막내 총장 지명에 '줄사표' 전망
조직 연소화 우려… 이원석 '용퇴 만류'도

검찰총장 후보군에 올랐던 여환섭(54) 법무연수원장이 사의를 표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이원석(53) 대검찰청 차장검사를 총장 후보자로 지명한 뒤 고검장급 가운데 첫 사직의사를 표명했다. 앞서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가 추린 4명 중 사법연수원 기수가 가장 낮은 이 후보자가 지명되면서 일찌감치 검찰 고위 간부들의 줄사퇴가 예고됐다.

여 원장은 22일 오전 법무부에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 원장은 이날 한국일보 통화에서 "이제 공직이란 무거운 외투를 벗기로 했다"며 "후배들에게 빨리 길을 열어주고 원활한 업무수행을 할 수 있도록 부담을 덜어주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능력이 출중한 후배들이니 검찰을 잘 이끌어 줄 것이라 생각하고 밖에서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경북 김천 출신의 여 원장은 연수원 24기로 검찰에 입문했다. 대검 중앙수사부 1·2과장과 반부패부 선임연구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을 역임하는 등 검찰 내 대표적인 '특수통'으로 분류된다. '검찰의 입' 역할을 하는 대검 대변인을 맡기도 했다. 청주·대구·광주지검장을 거쳐 대전고검장을 지낸 뒤 법무연수원장으로 발령났다.

그는 치밀하고 집요한 수사 스타일 탓에 '독사'라는 별칭이 붙었다. '대우그룹 분식회계 사건' '현대차 비자금 사건'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 사건' 등 굵직한 기업·권력 비리 수사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특수검사로서 이름을 날렸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 접대' 사건 관련 특별수사단장을 맡아 뇌물수수 등 혐의로 김 전 차관을 기소하기도 했다.

여 원장은 앞서 이원석 후보자, 김후곤(57) 서울고검장, 이두봉(58) 대전고검장과 함께 차기 총장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4명 중에서 이 후보자를 윤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했다.

이 후보자가 지명되면서 '검찰 연소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동기나 후배가 총장으로 임명되면 지휘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연수원 선배와 동기들이 옷을 벗는 검찰 관례 때문이다. 이 후보자는 김오수 전임 총장보다 연수원 7년 후배로, 고검장급들 가운데 가장 기수가 낮다.

여 원장의 사의 표명으로 이 후보자의 선배·동기 기수 간부들의 사의 표명이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전국 일선 고검장 6명이 전원 25기로 이 후보자보다 선배인 데다, 검사장급까지 포함하면 용퇴 폭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후보자는 지휘부 공백을 우려해 간부들에게 "검찰에 남아 도와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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