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계속되다가도 '처서' 때만 되면 기가 막히게 선선한 바람이 분다는 이른바 '처서 매직'이 올해도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이달 초 서울에 115년 기상관측 역사상 가장 많은 비가 내리는 등 기후변화의 흔적이 뚜렷하지만, 여전히 절기에 따른 날씨 변화가 유효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22일 기상청은 24일 아침 최저기온이 18~25도, 낮 최고기온은 24~30도가 될 것으로 예보했다. 처서인 23일 아침 최저기온이 22~25도, 낮 최고기온은 26~33도로 예보된 것과 비교하면 하루 만에 최고 기온이 2~3도 뚝 떨어지는 셈이다. 이때 낮아진 기온은 당분간 오르지 않아, 전국의 낮 최고 기온이 30도를 밑돌 것으로 보인다. 올해도 처서가 지나면 선선해진다는 '처서 매직'이 맞아떨어질 전망이다.
지구온난화 등으로 기후변화가 나타나는 상황에서 절기가 의미 있는 이유는 뭘까. 이는 절기가 불변하는 태양과 지구의 위치를 바탕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절기는 지구의 입장에서 태양의 경도(황경)를 15도 간격으로 24등분해 만든 계절구분법으로, 황경이 0도인 날을 춘분으로 하고 있다. 각도에 따라 지구가 받는 태양복사에너지의 양이 달라지기 때문에 기온에도 차이가 생기는 것이다.
우진규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기후변화가 있다고 하더라도 매일 기후변화의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북태평양 고기압이 수축하고 대륙성 고기압이 확장하는 등 기단 변화가 지금처럼 서서히 일어나는 시기에는 (기단이 부딪혀 만들어지는) 극단적 기상 이벤트가 없다 보니, 절기에 따른 날씨 변화가 잘 맞아떨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날씨의 변화는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는데, 다가오는 가을 태풍이 주요 변수다. 통상 태풍은 고기압을 뚫고 지나갈 수 없어,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를 덮고 있는 여름철에는 우리나라 쪽으로 올라오기 어렵다. 하지만 여름이 끝나 북태평양 고기압이 수축해 태풍의 길이 열리면, 수온이 최고조에 오른 필리핀 동쪽 해상에서 발생한 태풍이 우리 쪽으로 향할 수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태풍의 강도가 더욱 세질 수도 있다. 지구온난화로 해수면 온도가 올라가면 태풍이 끌어들이는 수증기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또 우리나라를 향해 북상하는 동안 지나는 해수면의 온도가 계속 높으면, 태풍은 자신의 힘을 유지한 채 우리나라에 강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태풍의 영향권에 드는 지역에는 더위와 함께 큰비가 내릴 수 있다. 우 분석관은 "태풍이 오기 전에는 (수증기가 유입되면서) 매우 덥고, 제주도나 남부지방·남해안 등까지 폭염주의보가 내려질 수 있다"며 "이때는 절기에 따른 날씨 변화가 무색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