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시다 후미오 내각 지지율이 개각과 자민당 임원 인사를 단행한 후 오히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민당과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의 관계가 최대 이슈로 부상하자 인적 쇄신을 통해 정국을 돌파하고자 했지만, 개각으로 새로 임명된 인사들 역시 상당수가 통일교와 깊숙한 관련을 맺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역풍이 분 것으로 보인다.
마이니치신문은 지난 20, 21일 실시한 전국 여론조사 결과 기시다 내각 지지율이 36%를 기록했다고 22일 보도했다. 한 달여 전인 7월 16, 17일 조사(52%)에 비해 16%포인트나 급락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내각 출범 이후 최저치이기도 하다. 개각 후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하락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번 조사에서 개각과 자민당 임원 인사에 대한 부정 평가는 68%에 달했지만, 긍정 평가는 19%에 그쳐 개각이 오히려 지지율 하락의 직접적 원인이 된 것으로 드러났다.
신문은 개각 후 새로 임명된 각료와 부장관·정무관 및 자민당 임원과 통일교의 관계가 잇따라 드러난 것이 내각 지지율 급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 자민당과 통일교의 관계에 문제가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87%가 문제가 있었다고 답했다. 정치인들이 통일교와의 관계를 끊어야 하느냐는 질문에도 86%가 그렇다고 답했다.
앞서 기시다 총리는 개각 나흘 전 기자회견에서 "내각에 새로 지명되는 각료뿐만 아니라 현 각료와 부장관 등도 통일교와 관계를 확실히 점검해 밝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개각 후 교도통신과 마이니치신문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새 내각의 각료 7명, 새로 임명된 부장관·정무관 중 20여 명이 통일교와 관계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자민당 ‘당 4역’ 중 하나인 정조회장에 임명된 ‘아베 최측근’ 하기우다 고이치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민영방송 TBS는 하기우다가 2009년 한 차례 낙선했던 때 통일교 교회나 단체 행사에 자주 방문해 깊은 관계를 맺었다고 보도했다. 당시 통일교 신자들은 ‘하기우다씨를 정치권으로 되돌리는 것이 하느님의 계획’이라고 말할 정도였으며, 하기우다는 ‘일본을 하느님의 나라로 함께 만들자’고 연설한 적도 있었다는 것이다.
정치권과 통일교의 유착을 끊어 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아베 전 총리의 국장에 반대한다는 의견도 늘고 있다. 조사에서 국장 ‘찬성’ 의견은 30%로, ‘반대’(53%)를 크게 밑돌았다. 최근 도쿄에서 열린 아베 전 총리의 국장에 반대하는 시위에는 1,000명이 넘는 시민들이 참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