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전 대통령 자택 경호 강화, 협치의 시작 돼야

입력
2022.08.2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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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경호처가 22일 0시부터 경남 양산 문재인 전 대통령 자택에 대한 경호 구역을 자택 울타리까지에서 울타리로부터로 최장 300m 확대한다고 21일 밝혔다. 5월 문 전 대통령 퇴임 이래 자택 근처에서 석 달 넘게 폭력 행위를 수반한 고성·욕설 시위가 이어지며 전직 대통령 경호와 마을 주민의 안녕을 위협해온 만큼 늦었지만 환영할 만한 조치다.

고무적인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사안을 챙겼다는 점이다. 지난 19일 국회의장단과의 만찬에서 김진표 의장이 "시위가 점점 과격화하면서 잘못하면 정치적 사고가 날 수 있다"며 경호 강화를 건의했고, 윤 대통령이 이튿날 경호처장을 현지에 파견해 대책을 세우게 했다는 것이 대통령실과 김 의장의 설명이다.

윤 대통령이 두 달 전 출근길 문답에서 "대통령 집무실도 시위가 허가되는 판"이라며 양산 자택 인근 집회를 용인하는 듯한 발언으로 야권 반발을 샀던 일에 비춰보면 전향적 조치로 평가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과 김 의장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화답했고, 국민의힘도 "법과 원칙, 협치와 국민통합 차원에서 의미 있는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19일 만찬에서 '여야 중진협의체' 가동 제안에도 "참 좋은 생각인 것 같다"고 화답했다고 한다. 윤석열 정부의 3대 개혁 과제인 연금·노동·교육 개혁 추진 방안을 논의하면서 여야 중진에 갈등 중재를 맡기는 방안에 긍정적으로 답한 것이다. 아울러 "대통령은 국가 위기 관리와 외교·안보에 치중하고 의회가 국정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정부가 낮은 대통령 지지율, 여소야대 구도 속에서 국정동력을 살려 나가려면 국민통합 행보에 기반한 야당과의 협치가 필수적이다. 그런 점에서 윤 대통령이 9월 정기국회 개회를 앞두고 국회의장단 회동에서 경청의 자세를 보이고, 전임 대통령의 고충을 직접 해결하고 나선 점은 주목할 만하다. 협치의 물꼬를 넓히기 위한 정부와 정치권의 지속적인 노력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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