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처 "문재인 전 대통령 자택 경호구역 확장"

입력
2022.08.21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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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 국회의장, 대통령과 만찬서 건의
文 사저 울타리서 300m 이내 시위 금지

대통령경호처가 21일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남 양산 평산마을 자택 인근 경호구역을 확장해 재지정했다"고 밝혔다.

대통령경호처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평산마을에서의 집회 시위 과정에서 모의 권총, 커터칼 등 안전 위해 요소가 등장하는 등 전직 대통령의 경호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라며 이같이 밝혔다. 본래 문 전 대통령 경호구역은 자택 울타리까지였으나, 이를 울타리로부터 최대 300m로 확장했다.

문 전 대통령의 자택 부근에서는 석 달째 이어지고 있는 시위 장기화로 인해 문 전 대통령 부부뿐 아니라 평산마을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지난 16일 장기 시위자 A씨가 자택 앞 도로에서 문 전 대통령 비서실 관계자에게 커터칼을 휘둘러 경찰에 입건된 바 있다.

경호처는 이를 감안한 듯 "이번 조치는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에 의거한 것으로, 8월 22일(월) 0시부터 효력이 발생한다"면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평산마을 주민들의 고통도 고려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경호구역 내에서 검문검색, 출입통제, 위험물 탐지, 교통통제, 안전조치 등 경호경비 차원의 안전 활동을 강화한다"고 알렸다.

이번 조치는 당초 윤 대통령이 보였던 입장과는 상반된 측면이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6월 7일 출근길 도어스테핑에서 문 전 대통령 자택 인근에서 열리고 있는 보수단체의 집회와 시위에 대한 질문에 "대통령 집무실(주변에서)도 시위가 허가되는 판"이라며 "다 법에 따라 되지 않겠느냐"라고 반문한 바 있다. 이를 두고 당시 문 전 대통령 자택 주변 시위를 용인하는 게 아니냐는 야권의 비판을 받았다.

국회의장단 만찬서 김진표 의장이 건의

그러나 윤 대통령은 지난 1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21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단과의 만찬에서 김진표 국회의장의 건의를 받아 이 같은 경호 강화 검토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께서 관심을 갖고 현장 상황을 파악해 대책을 세우시는 게 좋겠다'고 했더니, 대통령도 흔쾌히 알겠다고 하셨다"며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 비서관으로 근무했던 조경호 의장실 정무수석이 경호처와 논의해 아이디어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이에 윤 대통령도 김종철 경호차장에게 직접 문 전 대통령을 예방하고, 집회·시위 관련 고충을 청취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집회 및 시위 자유에 대한 윤 대통령의 입장이 변한 것이냐'는 질문에 "윤 대통령은 법과 원칙을 따라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며 "최근 사태는 기본적인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 관련 법률을 검토해보니 근거 규정이 있어 이를 적용하라고 지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늦었지만 합당한 조치"라고 환영했다. 신현영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번 사건을 통해 타인에게 막대한 피해를 일으키는 욕설, 폭력 시위 문화를 개선하는 계기로 삼길 바란다"며 "윤석열 대통령과 김진표 의장께 감사한다"고 밝혔다.


김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