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 되려 뇌물 준 교감 파면은 부당? 오석준 후보자 과거 판결 논란

입력
2022.08.2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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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후보자 행정법원 근무 시절 판결 분석
①승진 위해 500만 원 뇌물 준 교감 파면 부당
②2억 원대 연구자금 횡령한 교수 해임도 부당
③극단 선택 직원 부당 전보 인사권자 해임 부당
④기준 변경 근태 평가 최하점 근로자 해고 정당
모두 상급심에서 뒤집혀...  법조계 "아쉬운 판결"

교장 승진을 위해 뇌물을 건넨 교감을 파면해야 할까. 연구용역 자금을 횡령한 대학 교수와 부당 인사로 직원의 극단적 선택에 영향을 준 인사권자를 해임해야 할까.

오석준 대법관 후보자는 "파면과 해임은 부당하다"고 판단했지만, 상급심에서 모두 뒤집힌 것으로 확인됐다. 오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이달 29일로 예정된 가운데, '800원 횡령 버스기사 해임' 판결과 '85만 원 접대 검사 면직 부당' 판결로 촉발된 오 후보자의 인식을 두고 논란이 가중될 전망이다.

교장 승진 위해 뇌물 500만 원 준 교감 파면 부당?

24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오 후보자는 2010년부터 3년간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 부장판사로 근무할 당시 "서울시교육청이 교장 승진을 위해 현금 500만 원을 인사담당관에게 준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교감 A씨를 파면한 건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오 후보자는 '500만 원 이상 뇌물공여는 파면'이라는 교육청 징계 기준에 대해 "법원을 기속하는 효력이 없다"고 전제한 뒤 △A씨가 2008년 정기인사에서 부당한 순위 조작으로 교장 승진에 실패했고 △뇌물 800만 원을 준 다른 교감은 파면이 아니라 해임된 사실을 감안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개인적 이익을 달성하기 위해 직무 관련자에게 뇌물을 자발적으로 공여해 비난 가능성이 크다"며 파면 처분이 정당하다고 봤고, 대법원도 항소심 판단을 유지했다.

억대 연구자금 횡령 교수 해임 부당?

오 후보자는 2년 8개월간 연구용역 자금 2억7,000만 원을 횡령해 주식 투자 등에 쓴 혐의로 벌금 1,000만 원을 받은 대학 교수 B씨의 해임이 부당하다는 판결도 내렸다. 오 후보자는 "산학협력단이 용역계약과 관련, 적절한 관리·감독을 했는지 의심스러워 B씨에게만 모든 비난을 감수하라고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판결도 뒤집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교수에게는 강한 도덕성과 사명감 등이 요구되는 반면, B씨는 장기간 거액을 횡령해 개인적 용도로 써왔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B씨가 횡령액 대부분을 공탁금으로 낸 뒤 산학협력단에 부당이득반환 소송을 제기한 사실을 지적하며 "해임은 가혹하지 않다"고 결론 내렸다.

오 후보자는 부당 인사를 주도해 부하 직원의 극단적 선택에 영향을 준 공공기관 총무부장 C씨의 해임 조치가 타당하지 않다고 판결하기도 했다. 부당 인사를 한 것은 맞지만, 새로 발령받은 부서장과의 갈등이 극단 선택의 주된 원인이고 C씨는 단초를 제공했을 뿐이라는 게 골자였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C씨는 부하 직원이 발령받은 부서에서 부당한 보직을 부여받으리라 예상했다"며 "사적인 감정으로 인사권을 남용해 극단 선택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며 해임의 정당성을 인정했다.

부당하게 근태 최하점 받은 근로자 해고 정당?

오 후보자는 항만회사가 근무태도 평가 배점을 올리는 식으로 해고 대상자 선정 기준을 바꾼 뒤, 해당 항목에서 최하 점수를 받은 현장직 근로자들을 해고한 것을 두고도 "문제가 없다"고 판결했다. 오 후보자는 "팀장이 근무태도를 평가하면서 반장 등의 의견을 참조했으므로 해고 대상자 선정은 적법하다"고 봤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사측은 이전에 현장직 근로자에 대해 근무태도를 평가한 적이 없는데도, 팀장들은 불과 8일 만에 120~130명에 달하는 근로자들의 점수를 매겼다"며 "창의력 등 현장직 근로자들에게 적용한 평가 항목도 적절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항소심 판결은 모두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오 후보자는 800원을 횡령한 버스기사 해고는 정당하지만, 85만 원어치 접대를 받은 검사 면직은 부당하다고 판결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야당에선 이를 두고 "줏대 없이 판결한 사람을 공정 가치를 바로 세워야 할 대법관으로 삼겠다는 것은 황당하다"고 비판했다.

오 후보자는 최근 국회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금액의 많고 적음만을 가지고 두 판결을 일률적으로 비교해 판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원심이 상급심에서 그대로 인정된 만큼 판결 내용이 존중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상급심에서 뒤집힌 판결이 여러 건 확인되면서 불공정 논란은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20년 넘게 법조계에 몸담은 한 변호사는 "모든 사건에서 완전무결한 판단을 내리는 판사는 없지만, 대법관 후보자로서는 아쉬운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박준규 기자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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