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기술로 주목 받아온 ‘초강력 레이저 연구시설’ 유치에 나섰다.
21일 전남도에 따르면, 2년 전 광주·전북과 함께 정부 대형 국책 연구시설인 '방사광 가속기' 유치에 나섰다가 실패한 전남도는 이후 각계 전문가들과 논의를 거쳐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초강력 레이저 연구시설’을 선정, 전국에서 가장 먼저 도전장을 내밀었다.
레이저(LASER)는 본래 빛의 증폭이라는 물리적 현상을 뜻하는 말로, ‘초강력 레이저’는 극히 짧은 시간에 강력한 세기와 높은 에너지를 방출하는 인공광선을 말한다. 1960년 최초로 개발된 레이저는 의료 분야에서 안과 라식수술, 피부미용 치료 등에 사용되고, 산업 분야에선 절단·천공·용접 등 용도로 활용된다.
이처럼 기초과학은 물론 산업 측면에서도 레이저 기술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세계 각국은 초강력 레이저 시설을 두고 있다. 미국은 4조5,000억 원 규모 레이저 연구시설인 'NIF'를 구축했으며, 프랑스도 1조7,000억 원 규모 'LMJ'을, 러시아는 'XCELS', 유럽연합도 'ELI'를 구축하며 경쟁하고 있다.
레이저는 과학기술 발전 기여도가 높고, 시장 파급력이 큰 원천기술로서 반도체와 원자력, 정밀가공 같은 첨단산업 발전을 위해 필수적이다. 첨단 의료(암 치료), 신소재 개발, 국방(신무기) 등 신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 범위도 무궁무진하다.
국내엔 2,000여 개의 레이저 관련 기업들이 있지만, 국내 기술력은 선진국 대비 50% 이하이며 LD(반도체 레이저 다이오드) 칩이나 모듈과 같은 핵심부품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점을 극복하고 국산 핵심부품 제조를 위한 원천기술을 확보하려면 정부의 장기적 투자가 필요하다.
전남도는 레이저 신산업을 선점하기 위해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먼저 초강력 레이저 연구시설을 기획하고 유치에 나섰다. 올해 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사업 후보지를 나주 빛가람 혁신도시 인근 50만㎡를 후보지로 선정하면 사업비 9,000억 원을 들여 2024년부터 10년 동안 레이저 활용 기초과학 및 융복합 기술 연구기반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전남도가 구축하려는 레이저 시설규모는 세계 최고 규모의 200PW(페타와트)로,1 현재 국내 최대 규모 4PW 레이저의 50배가 넘는 세계 최대 수준이다.
전남도에는 기초과학연구대학인 광주과학기술원(GIST)과 한국에너지공대가 자리잡고 있고, 산업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전남테크노파크 레이저센터, 기업 유치가 가능한 광주 광산업 단지 등이 연계돼 있어, 레이저 관련 신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최적지로 꼽힌다.
특히 지난 3월 개교한 한국에너지공대와 연계할 경우, 레이저를 활용한 에너지 신산업 연구 등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국가균형발전 측면에서도 국가대형 연구시설인 초강력 레이저 연구시설을 전남에 유치하면, 충청과 영남권에 치중된 국가 연구개발(R&D) 시설 불균형 문제 해소도 가능하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2019년 7월 한국에너지공대와 연계한 국가 대형 랜드마크 연구 시설 구축을 약속한 바 있다.
과기부는 '초강력 레이저 기술개발 및 인프라 구축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다. 올해말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후보지 공모에 들어갈 예정으로, 전남도는 지난해 12월 각계 인사 100명으로 구성된 '초강력 레이저 연구시설 추진위원회'를 발족했다.
1년 전부터 유치에 나선 전남도는 내년도 정부 예비타당성조사에 대비, 부지 확보 등 필요한 행정 절차를 차질 없이 준비하고 정부와 국회, 전문가 그룹 등과 긴밀히 협력해 나가고 있다. 광주·전북도와 함께 초광역 협력을 강화하고, 초강력 레이저 시설의 호남권 유치에 대해 홍보활동도 펼쳐나갈 계획이다.
전남도 강상구 에너지산업국장은 ”전남은 누리호 발사를 성공한 곳으로, 탄소중립을 구현할 에너지 신소재 개발의 최적지"라며 ”전남도가 에너지와 반도체, 국방 등 첨단산업을 육성하고 세계적 수준의 레이저 산업 클러스터로 키워, 글로벌 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