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입이 무거워졌다. 당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 전환 후 당내 갈등에 대한 입장 표명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정기국회에 앞서 민생 현안을 고리로 더불어민주당을 향한 공세 수위는 높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내부총질' 문자 공개 등 내홍의 결정적 원인을 제공하며 재신임 문턱까지 간 만큼 몸을 낮추고 원내 협상력 제고를 통해 휘청였던 리더십을 회복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권 원내대표는 19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2023년 정부 예산안은 윤석열 정부의 철학을 반영해야 한다"며 "그 시작은 지난 정부의 확장재정을 건전 재정으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의 재정정책 방향을 '건전 재정'으로 규정하면서 대규모 국채 발행 등으로 유동성을 높였던 문재인 정부가 재정 악화의 요인을 제공했다고 비판한 것이다.
그는 또 "현재 중국으로 수출하는 한국산 전기차는 중국으로부터 보조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반면, 중국산 전기차는 한국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지난 문재인 정부가 전기차 보급 목표에만 몰두한 나머지 기본적인 상호주의 원칙마저 지키지 못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전날 민주당이 제출한 대통령실 사적채용 의혹 등에 대한 국정조사요구서에 대해서도 "정치적 금도를 벗어난 다수의 생떼"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같은 날 진행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위 구성 등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자 회의 파행을 주도하기도 했다.
반면, 당내 상황에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 당일 기자들을 만나 "(윤 대통령의) 현실 인식이 정확했다"고 평가했지만, 같은 날 이준석 전 대표가 신청한 비대위 효력정지 가처분 사건 심문과 관련해서는 "내 업무가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도 회의 직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고 황급히 자리를 떴다.
권 원내대표 측은 이에 대해 비대위 체제 재정비 후 주호영 비대위원장과의 '역할 분담'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 원내 관계자는 "8월 결산국회와 9월 정기국회에 이어 국정감사까지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 본래 직분인 원내대표 역할에 집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무엇보다 대통령실 사적채용 관련 '9급 공무원' 발언과 '내부총질' 메시지 노출에 따른 논란으로 책임론이 거셌던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한 초선의원은 "권 원내대표에 대한 재신임은 리더십을 인정한다는 측면보다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공감대에서 나온 측면이 크다"며 "더 이상의 실수는 있어선 안 된다. 언행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