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연금개혁 국회에 떠넘기고 뒷짐만 질 건가

입력
2022.08.2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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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가 19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국회 논의를 반영해 연금개혁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이달 중 국민연금이 소진되는 시기를 전망하는 5차 재정계산에 착수할 예정인데, 통상 재정계산 결과와 함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보험료율을 어떻게 조정할지가 발표된다. 예정대로라면 내년 3월께 정부의 국민연금 개혁안이 발표돼야 하지만 복지부는 이날 “국회 특위의 논의 내용을 반영해 개편안을 마련하고 국회에 제출하겠다”고만 했다. 정부가 구체적인 연금개혁 로드맵을 밝히지 않은 것이다.

저출산 고령화 추세를 감안하면 연금개혁의 방향은 ‘더 내고 덜 받거나, 더 내고 그대로 받는’ 방향이 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연금개혁안이 국회에만 가면 용두사미가 된다는 점이다. 2004년 복지부는 소득대체율을 60%에서 50%로 낮추고 보험료율은 15.9%까지 올리는 개혁안을 내놨지만 대선을 앞둔 국회가 소득대체율을 낮추되 보험료율은 올리지 않는 방향으로 법을 통과시킨 사례(2006년)가 대표적이다. 국회는 지난달 연금특위 구성에 합의하고 내년 4월까지 활동하기로 했지만 정치인으로만 구성된 특위에서 제대로 된 개혁 논의가 이뤄질지 미지수다. 예정대로 국회 연금특위가 종료된다고 해도 22대 총선까지는 불과 1년도 남지 않은 시점이다. 국회 논의와 별개로 정부 자체적으로 국민들에게 연금개혁의 당위성을 적극 설득하고 구체적 개혁안을 내놔야 하는 이유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시절 ‘대통령 직속 공적연금개혁위원회’를 만들겠다고 공약했지만 당선 뒤 제시한 국정과제에서는 위원회 운영 주체를 밝히지 않았다. 개혁 후퇴로 비칠 수밖에 없다. 복수의 안을 제시해 책임 회피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문재인 정부는 그래도 2018년 정부 연금개혁안을 공개하는 등 정부가 해야 할 최소한의 노력을 보였다. 정부가 국회에 공을 넘긴 채 마냥 뒷짐만 지고 있어서는 3대 개혁(연금, 노동, 교육개혁)이 중요하다는 윤 대통령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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