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강제동원 피해 보상 재항고에 대한 결정 기한인 19일 대법원이 아무 결정을 내리지 않아 심리를 계속할 가능성이 전망된다. 재항고를 기각하지 않음으로써 일단은 현금화 절차가 미뤄지는 셈이다. 한국 정부는 피해자들과 긴밀히 협의해 국민 신뢰를 바탕으로 외교 협의를 이끌어야 하며, 일본 정부도 한국의 노력에 상응하는 성의를 보여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을 “힘을 합쳐야 하는 이웃”으로 규정하고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일본이 우려하는 주권 문제의 충돌 없이 (강제동원 피해) 보상받을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며 양국 관계 개선에 힘을 실었다. 일본 언론들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아사히신문은 18일자 사설에서 “역사에 책임을 지니는 당사자인 일본 측도 호응하는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일본 역대 정부가 표명해 온 식민지 지배에 대한 겸허한 생각을 재확인하고 수출규제 해제 절차를 시작할 것을 제안했다. 일본 정부가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기시다 정부는 ‘한국이 구체적인 안을 내야 한다’는 입장이었는데, 일본도 한국의 노력에 호응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관계 진전이 이뤄질 리 없다.
우리 정부는 대책 마련에서 피해자들을 간과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광복절 경축사와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놓고 “도대체 어느 나라 대통령 입에서 나온 말인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달 외교부가 대법원에 제출한 의견서가 ‘현금화 동결 요구’라며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민관협의회 논의에서도 빠진 상태다. 이렇게 불신이 높으면 피해자들부터 정부 안을 반대할 것이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1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의견서 제출은 외교활동 내용을 정리한 것”이라며 “대법원 판결에 영향을 미칠 행위를 할 의사가 없다”고 해명했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피해자들을 몇 번이라도 만나서 설득하고 신뢰를 회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