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to Basics)"... 짠테크 초보들이 '강제저축'에 꽂힌 이유

입력
2022.08.2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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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하지 않아 진입장벽 낮고
① 목표 달성하면 우대금리 제공
② 납입 확인 도장 보며 목표의식↑
③ 할인쿠폰 주며 '작심삼일' 방지

'백 투 베이직스(Back to Basics·기본으로 돌아가라)라더니...'

회사원 박모(35)씨는 6월 통장에 찍힌 401만7,636원을 보고 이렇게 되뇌었다. 뜻밖의 목돈은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 전날 무심코 가입했던 '200일 적금'(우리은행)의 만기 상환금이었다. 매일 2만 원씩 자동이체를 걸어 놔 가입 여부조차 잊고 있었단다.

올해 초 금리 인상으로 매달 20만 원씩, 6개월간 총 120만 원의 대출 이자를 더 내며 한숨만 내뱉던 박씨. 대출 이자 상승분을 상쇄하는 적금 만기액을 보며 철 지난 경구로만 생각했던 '티끌 모아 태산'을 무의식적으로 떠올렸다.

박씨가 가입했던 200일 적금은 100일까지 적금을 유지하면 우대금리의 절반을, 만기를 채우면 나머지 절반을 제공해 '저축을 강제하는' 상품이다. '한 방'보다는 "푼돈을 모으면 공돈이 되고, 공돈에 이자가 거듭 붙으면 목돈이 된다"는 전통적인 재테크 개념이 반영됐다.

또 다른 강제저축에 가입할 의향이 있냐고 묻자, 박씨는 주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큰돈이 들지도, 복잡하지도 않은 데다, 안 오르는 게 없다는 요즘 같은 때 '무작정 모으기'의 효용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물가 상승기 커피 한 잔 덜 마시려는 '짠테크(무작정 아끼기)' 초보자들의 시선이 강제저축으로 쏠리고 있다. 푼돈을 모으기만 하면 된다는 점에서 진입 장벽이 낮기 때문이다. 박씨처럼 ①기한을 채우면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작심삼일 방지' 기능 탑재도 구미가 당기는 주요한 이유다.

'작심삼일' 막는 챌린지로 진화

강제저축 참가자들은 ②납입 때마다 귀여운 캐릭터 도장이 찍히는 시각적 효과도 중도 포기를 막는 은근한 효과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습관적으로 내가 얼마나 해냈는지 본다. 저축에 중독된다. 목표의식이 강해진다"(온라인 재테크 커뮤니티 이용자)는 것이다. 6월 출시한 토스뱅크의 '키워봐요 적금'은 뿌듯함이라는 '니즈(needs·욕구)'를 쫓아 납입할수록 알이 전설의 동물로 진화하는 콘셉트를 잡았다.

③특정 회차마다 제휴사 할인 쿠폰을 받을 수 있는 상품도 생겼다. 이사를 앞둔 1인 가구 전모(33)씨는 할인에 혹해 강제저축을 하게 됐다. "코미디언 박나래씨의 '나래바'처럼 새집에 'DJ바'를 만들 계획"인 그는 인테리어 소품 할인 쿠폰을 받으려 9주 전 '26주 적금'(카카오뱅크)에 가입했다. 26주 적금은 한 달 시차를 두고 여러 개의 적금에 동시 가입해 돈을 불리는 '풍차돌리기'처럼 1주차 1,000원, 2주차 2,000원 등 회차마다 납입액수를 늘리는 상품이다.

"워낙 적은 돈을 붓는 거라 적금 자체에는 관심이 없었다"던 전씨는 최근 매주 납입금이 1만 원씩 늘어나는 26주 적금을 하나 더 들었다. 1,000원이 9주 만에 4만5,000원이 되는 걸 보고 "1만 원은 45만 원이 된다"는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는 "요즘은 마땅한 투자처도 없어서, 여유가 있을 때마다 정기 납입금 외 추가 납입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폭발적이진 않지만 꾸준히 느는 강제저축

시중은행 입장에서 강제저축은 일종의 '스테디셀러'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200일 적금은 유행에 따라 이용자가 폭증하는 것은 아니지만 재테크에 관심있는 분들을 중심으로 수요는 꾸준하다"며 "은행 입장에서도 비슷한 유형의 상품을 출시할 동인이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26주 적금은 출시한 지 4년이 지났는데도 신규 개설 계좌가 매년 300만 개가 넘는다"고 소개했다. 그는 "7월까지 이미 200만 개를 돌파했다"며 "올해 신규 계좌 증가는 짠테크 유행과 맞아떨어지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재테크 선배들은 상품이 제공하는 챌린지(도전 과제)에만 의존하기보다 단기적이고 세부적인 목표 수립이 성공을 보장한다고 조언한다. '추석 준비금', '아기 돌반지 준비금', '2차 투자를 위한 종잣돈 마련'처럼 말이다. 2년 전 '고양이 병원비'로 매주 3만 원씩 모았던 이모(32)씨는 "1년 가까이 150만 원을 모았지만 결국 카드값 갚는데 다 썼다"며 "6개월 단위로 돈을 굴릴 계획을 세웠어야 했다"고 아쉬워했다.

윤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