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시’ 루슈디 공격 피의자, “호메이니 존경”

입력
2022.08.18 21:24
“이란혁명수비대와 접촉한 적 없어” 
“루슈디 죽지 않았다고 들어 놀랐다”

인도계 영국 작가 살만 루슈디(75)에게 흉기를 휘두른 피의자가 이란의 최고지도자였던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1900∼1989)를 존경한다고 밝혔다. 호메이니는 소설 ‘악마의 시’로 이슬람 모독 논란을 빚은 루슈디를 즉각 살해하라는 파트와(이슬람 율법해석)를 내렸던 인물이다.

살인미수 등 혐의로 수감 중인 하디 마타르(25)는 17일(현지시간) 공개된 미국 일간 뉴욕포스트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나는 아야톨라 호메이니를 존경한다"며 "그가 위대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마타르는 자신의 범행이 호메이니의 파트와를 따른 것인 묻는 질문에는 자기 변호인의 조언을 따른다며 입을 닫았다. 그는 “이란혁명수비대와 접촉한 적이 없다”며 이란과의 관계에도 선을 그었다.

마타르는 "루슈디가 죽지 않았다는 걸 들었을 때 놀랐던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범행 전날 미국 뉴저지주 거주지에서 버스로 뉴욕주 버펄로에 도착한 뒤 리프트(차량공유 서비스)로 현장 근처에 와 노숙했다고 동선을 설명했다. 그는 강연회를 알리는 루슈디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을 보고 행동에 나섰다고 밝혔다.

마타르는 류슈디에 대해 "그 사람을 싫어한다. 그가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강한 적대감을 드러냈다. 이어 "루슈디는 이슬람을 공격한 자"라며 "그들(무슬림)의 신앙과 신앙 체계를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악마의 시’는 "몇 쪽밖에 읽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SNS로 루슈디의 강연 동영상을 봤다고 밝혔다.

마타르는 지난 12일 미국 뉴욕주의 비영리 교육센터인 셔터쿼연구소에서 무대에 오른 루슈디에게 달려들어 흉기를 휘둘렀다가 현장에서 체포됐다. 루슈디는 목과 복부 등을 최소 10차례 찔렸으나, 헬리콥터 편으로 병원으로 이송돼 죽을 고비를 넘기고 회복 중이다.

레바논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마타르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출신이지만 최근 뉴저지주로 이사해 베르겐카운티 페어뷰에 거주한 것으로 조사됐다. 마타르는 부친이 있는 레바논을 2018년 한달 동안 방문했다가 귀국한 뒤 불안 증세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모친 실바나 파도스는 최근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인터뷰에서 "여행 뒤 사람이 바뀌었다"며 "동기가 부여돼 학교를 마치고 학위, 일자리를 얻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지하실에 틀어박혀 입을 열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청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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