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0% 빚 탕감' 새출발기금… "은닉재산 발견 땐 무효"

입력
2022.08.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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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자대출에 가계대출도 조정 대상
취약계층에 한해 순부채의 90% 탕감
6개월 이내 대출·담보대출은 조정 없고
신청은 운영기간 3년 중 단 1회로 제한
'부실우려차주' 두고 '도덕적 해이' 우려 여전

코로나19 피해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의 채무 부담을 덜어주는 새출발기금의 채무조정은 순부채에 한해서만 이뤄진다. 채무조정 신청은 1번으로 제한되고 숨긴 재산이 발견되면 채무조정은 즉시 무효화된다.

금융위원회는 1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새출발기금 설명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세부 운용방향을 소개했다. 새출발기금 출범을 앞두고 '도덕적 해이' 우려가 큰 만큼, 금융위는 업계의 우려를 덜고자 이번 설명회를 마련했다.

우선 채무조정은 부채가 자산보다 많은 순부채에 대해서만 이뤄진다. 지원 대상이 보유한 사업자대출 외에도 가계(개인)대출도 채무조정 대상이 된다. 코로나19 피해를 봤다고 보기 어려운 부동산임대·매매업, 도박 및 사행성 관련 업종, 전문직종 등은 채무조정 대상 업종에서 제외된다.

새출발기금의 핵심 내용인 채무감면율은 원금의 최대 80%까지다. 다만 △기초생활수급자 △저소득 중증장애인 △만 70세 이상 저소득 고령자 등 취약차주에 한해 감면율을 최대 90%까지 적용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해당 채무감면율이 기존 채무조정 프로그램 수준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현재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의 채무감면율은 0~70%이고, 취약차주는 최대 90%로 동일하다. 권대영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새출발기금의 채무감면율이 신복위보다 소폭 높은 이유는 코로나19 위기라는 특별 상황과 정부 재정이 지원된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채무조정 한도도 당초 계획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금융위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채무조정 한도를 각각 25억 원과 30억 원 수준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제호 금융위 금융정책과장은 "자영업자 평균 부채가 1억2,000만 원 수준이라 대부분의 차주 분들이 포함된다"며 "문제는 우산을 어디까지 펼치느냐인데 다소 과도하다는 지적이 있어 낮추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들도 마련했다. 대출을 실행한 지 6개월이 안 되는 대출과 담보대출은 대상에서 제외했다. 채무조정은 3년 운영기간 중 1번만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부실 차주의 채무조정 이용 사실을 신용평가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불이익을 줘 고의적 연체 가능성을 막기로 했다. 권 국장은 "주기적 재산조사를 통해 은닉재산이 발견되면 채무조정을 무효로 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도덕적 해이에 대한 목소리는 여전했다. 실제 토론회에서는 새출발기금이 부실차주뿐 아니라 부실우려차주까지 채무조정 대상이 되면서 제2금융권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10일 이상 연체차주를 모두 부실우려차주로 포함할 경우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고객 상당수가 이 경우에 해당한다는 얘기다. 이자감면을 받으려는 차주가 일부러 10일 이상을 연체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부실우려차주를 연체 ‘10일 이상’과 ‘30일 이상’ 등으로 기준을 나눠 채무조정 비율을 달리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권 국장은 “코로나라는 불가항력적 위기 상황에서 소상공인의 채무조정은 꼭 필요하다”며 “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세부안을 확정하겠다”고 말했다.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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