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플러스 바로 보기 | 5부작 | 18세 이상
두 여인은 절친한 사이다. 나이가 엇비슷하고 어린 자녀들을 기르고 있다. 같은 교회에 다니기도 한다. 아이들끼리도 친하다. 양쪽 집을 허물없이 오가며 지낸다. 캔디(제시카 비엘)는 전업주부이고, 베티(멜라니 린스키)는 얼마 전까지 교사로 일했다. 캔디는 어느 날 물건을 가지러 베티의 집에 들른다. 잠시 뒤 집을 나오는 캔디의 얼굴은 당혹감으로 구겨지고, 옷은 온통 젖어 있다. 캔디와 베티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드라마는 끔찍한 일이 벌어졌음을 초반부터 직설한다. 범인과 피해자가 누구인지도 애써 감추지 않는다. 캔디는 집으로 돌아와 꼼꼼히 샤워를 하고, 입었던 옷들을 세탁한다. 뭔가에 얻어맞은 듯 머리에서 피가 흐른다.
캔디는 근심 어린 표정을 지으면서도 곧 일상을 되찾는다. 베티의 딸을 포함해 자신의 아이들을 수영장에 데려가고, 극장에 함께 가기도 한다. 가족의 식사를 챙기고, 주변 사람들과 교유하며 베티의 근황을 우려한다. 그사이 도끼로 난자당한 베티의 시체가 발견되고 경찰이 사건 조사에 매진한다. 캔디는 참고인으로 경찰에 불려가도 딱히 마음이 흔들리거나 일상이 흐트러지지 않는다.
캔디의 행동은 물음표를 양산한다. 캔디는 베티를 죽이지 않은 것일까. 살해했다면 이유는 무엇일까. 범행을 저질렀으면 자수하거나 도주하지 않고 왜 아무 일 없는 듯이 행동하는 걸까. 증거가 될 수 있는 것들을 왜 적극적으로 인멸하지 않는 걸까.
캔디의 가정은 완벽에 가깝다. 남편은 엔지니어로 성실하고 가정에 충실하다. 캔디와 남편은 서로를 사랑하나 육체적 권태기를 겪고 있다. 짜릿한 관계를 원하는 캔디의 욕망은 현실이 된다. 캔디도 베티도 위기에 몰리고, 지나치게 평화로워서 따분하기까지 한 작은 마을엔 살인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드라마는 2년 전으로 돌아가 캔디와 베티가 어떻게 인연을 맺었고, 어떻게 친밀해졌는지를 종종 돌아본다. 두 사람의 세세한 과거가 공포의 밀도를 조금씩 쌓아간다. 후반부로 갈수록 다른 성격의 물음표가 생긴다. 캔디는 단죄를 받을 것인가. 개연성 없어 보이는 변론으로 처벌을 면할 수 있을 것인가. 혹시 캔디는 소시오패스가 아닌가.
이야기는 예정된 진로대로 느리게 진행된다. 경찰과 검찰은 임무를 성실히 수행한다. 하지만 막판 의외의 결론이 기다린다. 1980년 미국 텍사스주에서 벌어졌던 실화는 워낙 유명해 미국인에게는 반전이 아니겠으나 조금은 낯설 한국인은 당황할 만한 끝맺음이다. 싹싹하고 선량해 보이는 캔디의 참모습은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기 직전 드러난다. 축적됐던 공포가 한꺼번에 터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