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깎는 고물가... 직장인 실질소득, 1년 만에 뒷걸음질

입력
2022.08.18 17:00
20면
가구 소득 12.7%↑, 직장인·자영업자 희비
직장인 실질소득 0.1%·실질소비 1.7% 감소
손실보상금 받은 자영업자, 소득 껑충

물가가 임금보다 가파르게 뛰면서 직장인의 2분기 실질소득이 1년여 만에 뒷걸음질했다. 자영업자는 코로나19 피해를 만회하는 손실보상금을 받아 소득이 크게 늘었지만, 일회성 지원이라 앞으로 월급쟁이처럼 고물가 충격이 덮칠 수 있다.

가구 소득, 16년 만에 최대 증가했지만…

통계청이 18일 발표한 '2022년 2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83만1,000원으로 전년 대비 12.7% 뛰었다. 2006년 이후 모든 분기를 통틀어 최대폭 증가다.

하지만 근로자 가구와 자영업자·무직을 포함한 근로자 외 가구 간 지표는 크게 엇갈렸다. 조사대상 가구의 59.7%인 근로자 가구의 실질소득은 0.1% 감소한 490만9,523원으로 지난해 2분기(-2.8%) 이후 1년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근로자 가구 실질소득을 쪼그라트린 건 1년 전과 전혀 달랐다. 지난해 2분기엔 통장에 찍히는 명목소득이 0.4% 감소하자 실질소득까지 덩달아 줄었다. 하지만 올해 2분기엔 근로자 가구의 명목소득이 5.3% 증가했는데도 실질소득이 후퇴했다.

2분기 직장인의 실질소득 감소는 그만큼 물가가 임금보다 빠르게 올랐기 때문이다. 직장인이 손에 쥐는 임금 총액은 늘었을지언정 소비에 활용할 수 있는 돈은 줄었다는 뜻이다. 물가 상승률은 2분기 들어 4.8(4월) 5.4%(5월) 6.0%(6월)로 계속 치솟고 있다.

실제 고물가 타격은 월급쟁이의 소비를 위축시켰다. 2분기 근로자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 증가율은 3.6%로 전체 가구(5.8%)에 못 미쳤다. 특히 근로자 가구 실질 소비지출은 1.7% 감소했다. 근로자 가구 실질 소비지출이 줄어든 건 2020년 4분기(-3.8%) 이후 6개 분기 만이다.

고물가 충격, 자영업자까지 덮칠 수도

직장인과 달리 자영업자는 살림살이가 나아졌다. 자영업자가 대다수인 근로자 외 가구의 명목소득, 실질소득은 각각 29.3%, 22.7% 증가했다. 고물가에도 명목소득이 워낙 많이 늘어 실질소득도 껑충 뛰었다. 소득 증가로 근로자 외 가구의 명목 소비지출, 실질 소비지출 역시 각각 10.0%, 4.4% 늘었다.

근로자 외 가구의 소득 증가는 5월 자영업자에 지급한 600만 원의 손실보상금 영향이 컸다. 근로자 외 가구는 정부 지원금을 포함한 이전소득이 2분기에만 63.2% 늘었다. 또 4월 말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식당, 숙박업소 등이 매출을 회복하면서 근로자 외 가구의 사업소득도 15.4% 증가했다.

손실보상금은 고소득 가구 내 근로자 외 가구의 비중을 키웠다. 소득을 5개 구간으로 쪼갰을 때 상위 20%인 5분위 가구 중 근로자 외 가구는 1분기 25.2%에서 2분기 33.9%로 8.7%포인트 확대됐다. 4분위 근로자 외 가구 역시 1.1%포인트 늘어난 33.0%로 나타났다.

하지만 3분기에도 고물가가 이어지고 있어 자영업자의 실질소득 역시 월급쟁이처럼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손실보상금은 지급을 완료한 일회성 지원이고, 자영업자의 주 수입원인 사업소득이 코로나19 재유행으로 주춤할 수 있어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소득·분배 여건 개선을 위해 물가 안정을 통한 저소득층 부담 완화, 고용·사회안전망 강화 등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세종= 박경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