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임금보다 가파르게 뛰면서 직장인의 2분기 실질소득이 1년여 만에 뒷걸음질했다. 자영업자는 코로나19 피해를 만회하는 손실보상금을 받아 소득이 크게 늘었지만, 일회성 지원이라 앞으로 월급쟁이처럼 고물가 충격이 덮칠 수 있다.
통계청이 18일 발표한 '2022년 2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83만1,000원으로 전년 대비 12.7% 뛰었다. 2006년 이후 모든 분기를 통틀어 최대폭 증가다.
하지만 근로자 가구와 자영업자·무직을 포함한 근로자 외 가구 간 지표는 크게 엇갈렸다. 조사대상 가구의 59.7%인 근로자 가구의 실질소득은 0.1% 감소한 490만9,523원으로 지난해 2분기(-2.8%) 이후 1년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근로자 가구 실질소득을 쪼그라트린 건 1년 전과 전혀 달랐다. 지난해 2분기엔 통장에 찍히는 명목소득이 0.4% 감소하자 실질소득까지 덩달아 줄었다. 하지만 올해 2분기엔 근로자 가구의 명목소득이 5.3% 증가했는데도 실질소득이 후퇴했다.
2분기 직장인의 실질소득 감소는 그만큼 물가가 임금보다 빠르게 올랐기 때문이다. 직장인이 손에 쥐는 임금 총액은 늘었을지언정 소비에 활용할 수 있는 돈은 줄었다는 뜻이다. 물가 상승률은 2분기 들어 4.8(4월) 5.4%(5월) 6.0%(6월)로 계속 치솟고 있다.
실제 고물가 타격은 월급쟁이의 소비를 위축시켰다. 2분기 근로자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 증가율은 3.6%로 전체 가구(5.8%)에 못 미쳤다. 특히 근로자 가구 실질 소비지출은 1.7% 감소했다. 근로자 가구 실질 소비지출이 줄어든 건 2020년 4분기(-3.8%) 이후 6개 분기 만이다.
직장인과 달리 자영업자는 살림살이가 나아졌다. 자영업자가 대다수인 근로자 외 가구의 명목소득, 실질소득은 각각 29.3%, 22.7% 증가했다. 고물가에도 명목소득이 워낙 많이 늘어 실질소득도 껑충 뛰었다. 소득 증가로 근로자 외 가구의 명목 소비지출, 실질 소비지출 역시 각각 10.0%, 4.4% 늘었다.
근로자 외 가구의 소득 증가는 5월 자영업자에 지급한 600만 원의 손실보상금 영향이 컸다. 근로자 외 가구는 정부 지원금을 포함한 이전소득이 2분기에만 63.2% 늘었다. 또 4월 말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식당, 숙박업소 등이 매출을 회복하면서 근로자 외 가구의 사업소득도 15.4% 증가했다.
손실보상금은 고소득 가구 내 근로자 외 가구의 비중을 키웠다. 소득을 5개 구간으로 쪼갰을 때 상위 20%인 5분위 가구 중 근로자 외 가구는 1분기 25.2%에서 2분기 33.9%로 8.7%포인트 확대됐다. 4분위 근로자 외 가구 역시 1.1%포인트 늘어난 33.0%로 나타났다.
하지만 3분기에도 고물가가 이어지고 있어 자영업자의 실질소득 역시 월급쟁이처럼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손실보상금은 지급을 완료한 일회성 지원이고, 자영업자의 주 수입원인 사업소득이 코로나19 재유행으로 주춤할 수 있어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소득·분배 여건 개선을 위해 물가 안정을 통한 저소득층 부담 완화, 고용·사회안전망 강화 등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