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국내 거주자가 해외 주식·채권에 투자한 자산이 분기 기준 역대급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인 주가 하락, 미 달러화 대비 주요국 통화 가치 하락의 영향으로 자산 가치가 큰 폭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18일 발표한 '2022년 2분기 국제투자대조표(잠정)'에 따르면, 대외금융자산은 지난 분기 대비 658억 달러 감소한 2조1,235억 달러를 기록했다. 2020년 1분기 이후 9분기(2년 3개월) 만에 처음 감소 전환했고, 감소폭도 역대 최대였다.
해외 증권에 투자한 국내 거주자를 일컫는 '서학 개미'의 자산이 1994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폭인 684억 달러 감소한 영향이 컸다. 서학 개미의 증권 투자는 전 분기 대비 총 166억 달러 증가했지만 주가·통화 가치 등 비거래 요인으로 인해 850억 달러의 가치가 떨어졌다.
외국인이 국내 증권에 투자한 자금 역시 사상 최대인 1,378억 달러 감소했다. 외국인은 국내 시장에서 7억 달러를 회수하기도 했지만, 국내 주가 하락과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인한 증권 가치 하락(-1,371억 달러)이 주된 원인이었다. 다만 국내 채권은 66억 달러어치를 사들였다.
그 결과 대외금융부채도 사상 최대폭인 1,139억 달러 감소한 1조3,794억 달러로 집계됐다. 대외금융부채가 대외금융자산보다 더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순대외금융자산은 지난 분기 대비 481억 달러 증가, 사상 최대인 7,441억 달러를 기록했다.
준비자산 대비 단기외채비율은 41.9%로 2012년 2분기(45.6%)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대외 채무가 그만큼 늘어났다는 뜻이다. 단기외채는 89억 달러 증가한 데 비해, 외환보유액이 감소한 탓이다.
유복근 경제통계국 국외투자통계팀장은 "원자재 가격 상승, 해외 투자 확대에 따른 국내 기업의 외화자금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예금취급기관이 단기 차입금(일정한 기한 내 원리금 상환을 약속하고 빌려온 돈)을 늘리면서 단기외채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외환보유액은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 조치 및 미 달러화 강세로 인해 기타 통화의 환산액이 감소하면서 줄었다"고 짚었다.
유 팀장은 "달러 강세로 인한 통화가치 하락은 신흥 시장국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현상이고, 7월 이후 외환보유액이 별로 줄어들지 않았다"며 "대외 지급 능력이나 대외신인도 하락은 아직 크게 염려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