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18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갈등을 거론하며 "국민도 속았고 나도 속았다"고 밝혔다. 전날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 발언을 비꼰 데 이어 이번엔 2008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발언까지 인용하면서 윤 대통령에 대해 연일 날을 세웠다.
이 전 대표는 이날 KBS라디오에서 지난해 12월 초 '울산 회동'과 이른바 '체리따봉' 메시지 노출 사건 등을 언급하며 "윤 대통령의 통 큰 이미지가 강조되다 보니 '그래도 선거 결과가 좋으면 (선거 당시 갈등은) 털고 갈 수 있겠지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며 "국민도 속은 것 같도 저도 속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이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18대 총선을 앞두고 '친박근혜' 인사들이 공천에서 대거 떨어지자 "국민도 속고 나도 속았다"고 했던 말을 인용한 것이다.
이 전 대표는 전날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가처분 사건 심문에 출석하면서 "당내 민주주의에 대한 고민을 하다 보니, 대통령께서 어떤 말씀을 하셨는지 챙기지 못했다"며 윤 대통령의 발언을 그대로 돌려주며 응수하는 등 윤 대통령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윤석열 정부 100일을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윤석열 정부의) 모델하우스엔 금수도꼭지가 달렸는데, 납품된 것을 보니 녹슨 수도꼭지였다"며 "그럼 분양받은 사람들이 열받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기라고 느낄) 그런 지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윤 대통령이 전날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다른 정치인 발언을 챙겨보지 못했다'는 취지로 말한 데 대해서도 "정무수석실이 중차대한 것을 보고 안 했거나, 대통령이 아예 관심이 없거나 둘 다 다소 위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당 창당 계획에 대해서는 "없다"며 "창당은 오히려 다른 쪽에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이 당내 친윤석열계 그룹을 규합해 신당을 만들 가능성을 제기한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