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3ㆍ1 민주구국선언 사건으로 서울대병원 병실에 수감됐을 당시 몰래 못으로 눌러쓴 옥중서신을 공개한다고 17일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은 밝혔다. 해당 서신은 김 전 대통령이 1978년 7월 22일 서울대병원 병실에서 부인 이희호 여사에게 쓴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은 1976년 3월 1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재야 인사들과 함께 유신정권에 반대하는 '민주구국선언'을 발표했다가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구속됐다. 당시 5년형을 선고 받은 김 전 대통령은 진주교도소에 복역하며 가족들에게 옥중편지를 써서 보냈고, 이후 서울대병원으로 옮기고 나서도 편지를 보냈다. 이날 도서관 측이 공개한 서신은 기존에 공개됐던 옥중서신 19편 외에 새롭게 발견된 것이다. 도서관 측은 “이 여사가 병실 면회를 통해 메모지를 몰래 전달하면 김 전 대통령이 못으로 누르는 방식으로 글씨를 남겨 서신을 썼다”고 했다.
서신에는 “가을 이후 우리나라 정치 정세에 큰 변화가 올 것이오”, “그 성격과 범위는 첫째 우리 민주 세력의 역량과 국민의 호응, 둘째 국내의 경제 및 사회의 동향, 셋째 박씨(박정희 전 대통령)의 태도, 넷째 우방 특히 미국의 태도 등에 많은 영향을 받을 것이오” 등 김 전 대통령이 당시 정세를 판단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당신 건강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오. 내 일보다 몇 배나 걱정을 하고 있소. 식사에 특히 노력할 뿐 아니라 저번도 말한 데로 보약을 좀 먹도록 하시오" 등 이 여사의 건강을 각별하게 챙기는 내용도 담겼다.
도서관 관계자는 “못으로 눌러 쓴 서신은 국내외적으로 다른 예를 찾기 힘들 정도로 독특한 방식으로 작성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감옥에서도 민주화 투쟁 전략을 고민하고 이를 외부에 전달해 실천에 옮기는 김 전 대통령의 모습이 편지를 통해 확인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