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강제동원 배상 자신감…日과 현실은 딴판인데[100일 기자회견]

입력
2022.08.1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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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이번 주 '미쓰비시 현금화' 결정 임박
대법원이 재항고 기각하면 한일관계 파국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한일관계 최대 현안인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과 관련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낙관했다. 또한 "역대 최악인 일본과의 관계를 빠르게 회복하고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현실은 딴판이다. 양국의 합의나 피해자가 수용할 만한 중재안이 없어 답답한 상황이다. 강제동원 피해 배상을 거부해온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의 국내 자산 현금화 개시와 관련한 대법원 최종 결정이 당장 이번 주 내려질 수 있어서다. 전범기업이 대법원에 재항고한 지 4개월째가 되는 오는 19일(결정 시한) 전에 기각(심리불속행) 결정을 내리면 곧바로 강제매각 절차에 돌입한다. 일본 정부가 강력 반발하는 부분이다.

이를 의식한 듯 윤 대통령은 ‘강제징용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리라고 보느냐’는 일본 매체 기자 질문에 “일본이 우려하는 주권 충돌 없이 채권자들이 보상받을 방안을 강구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반면 외교부는 아직 해법조차 마련하지 못했다.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피해자 측 대리인과 전문가가 참여하는 민관협의회를 꾸렸지만, 피해자들이 불참을 선언한 이후 반쪽 회의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교부가 사실상 결정을 늦춰 달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사전 상의 없이 대법원에 제출한 게 화근이었다. “피해자 측도 일본 기업 측도 모두 현금화를 원치 않는다”며 “현금화 절차 이전에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부가 당초 목표를 이루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윤 대통령이 이날 언급한 ‘일본의 주권 충돌 없이 피해자들이 보상받는 방안’은 대위변제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 정부 등 제3자가 전범 기업을 대신해 피해자들에게 먼저 배상하고 이후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안이다.

문제는 피해자들의 거부감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또한 전범기업의 추후 상환도, 피해자들이 원하는 사과도 보장할 도리가 없다. 피해자 측에서 “우리 정부가 배상한 뒤 일본의 사과 없이 끝나는 건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반발하는 이유다.

피해자 설득 없이 한일관계 개선만 강조하는 윤 대통령의 접근이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한다는 지적도 있다.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위안부와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은 윤 대통령은 이날 피해자들을 단순한 ‘채권자’로 표현해 빈축을 샀다.

그러면서 “한일관계는 지금 동북아 세계 안보 상황에 비춰 보더라도, 공급망과 경제안보 차원에서 보더라도 미래를 위해 긴밀히 협력해야 하는 관계가 됐기 때문에 합리적 방안을 도출할 것으로 본다”며 양국관계의 ‘과거’보다는 ‘미래’에 방점을 찍었다.

정승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