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융자 20조 육박...지수 향방 불투명한데 또 빚투?

입력
2022.08.17 17:00
16일 신용융자 19조3,000억 원
2,500 탈환 코스피 따라 상승세
전문가 "긴축 완화? 막연한 추론"

코스피가 2,500선을 탈환하자 주춤했던 '빚투(빚내어 투자)'가 시나브로 고개를 들고 있다. 아직 추세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지나친 투자 심리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친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19조3,066억 원이다. 직전 영업일보다 소폭 하락했으나 앞서 10일 55일 만에 회복한 19조 원대는 유지하고 있다.

신용거래란 일정한 증거금(담보)을 내고 증권회사에서 돈(융자)이나 주식(대주)을 빌려 투자하는 방법이다. 신용거래융자는 '빚투' 열풍이 불었던 지난해 9월 25조7,000억 원까지 불어났다. 올해 초만 해도 20조 원 이상을 꾸준히 유지했다.

하지만 6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물가를 잡기 위해 28년 만에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을 밟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신용거래융자는 연준 발표 후 불과 2주 만에 4조 원 급감했다. 지난달 7일엔 1년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인 17조5,000억 원까지 떨어졌다.

코스피도 같은 기간 2,200대로 400포인트 고꾸라졌고, 6월 24일엔 역대급 반대매매가 쏟아졌다. 주가가 하락하며 증거금 부족분이 발생하자 주식을 강제청산 당한 사례가 급증했다는 뜻이다. 당시 대형 증권사 세 곳의 반대매매 건수는 5,437건으로 6월 초의 44배에 달했다.

'빚투'의 시대는 이렇게 막을 내리는 듯 보였다. 하지만 양대 지수가 조금씩 상승하면서 반전을 연출하는 모습이다. 코스피는 외국인들이 순매수로 돌아선 지난달을 기점으로 꾸준히 상승, 9일 54일(38거래일) 만에 2,500선을 회복했다. 통상 주가가 오르면 빚을 져서라도 수익을 좇으려는 심리가 작동해 신용거래가 늘어난다.

최근 발표한 7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월보다 하락하면서 빚투 심리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물가가 정점을 통과했고 긴축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막연한 기대에 불과하다"고 선을 긋는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공격적인 긴축 행보와 달러화 강세가 완화되면서 글로벌 투자 심리가 일시적으로 개선됐다고 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외국인이 돌아왔으니 시장이 잘 될 거다', 'CPI가 내렸으니 긴축이 완화할 거다'라는 건 투자자들만의 생각"이라며 향배를 단정지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윤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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