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줄 알았다"... 尹 안 찍었던 창신동 주민들 '절레절레'

입력
2022.08.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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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 득표 창신동 "우려 그대로. 측근만 쓰나"
젊은층 많은 화곡8동서는 "정책 난맥상 심각"

“한심허요. 가까운 사람들만 쫙 깔아놓고 공정은 무슨…”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창신동 창신골목시장에서 만난 이모(73)씨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담담하게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았지만, 기대를 품지 않았던 출범 초 예상이 그대로 맞아떨어졌다는 것이다. 아니 당초 우려보다 국정난맥상이 훨씬 심각하다는 게 그의 진단이었다.

창신골목시장이 위치한 창신1동(40.9%)과 창신2동(40.5%)은 지난 대선 때 서울에서 윤 대통령에게 가장 적은 표를 준 곳이다. 100일 뒤 민심은 더 험악해져 있었다. 질문을 던진 주민 10명 중 “잘한다”는 대답은 단 1명. 그마저도 “아직 얼마 안 돼 평가하기가 조심스럽다”는 이유였다.

강북이나 강남이나 시민들은 윤 대통령의 측근 인사를 문제 삼았다. 미싱사로 일하는 60대 김모씨는 “정치인도 아닌 사람이 갑자기 대통령이 되니, 사람 쓸 줄을 몰라 주변만 챙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옆에서 듣던 70대 이모씨도 최근 사퇴한 박순애 전 부총리를 거론하면서 “음주운전 전력자를 교육부 장관에 앉힌 것만 봐도 뻔하다”고 거들었다.

‘문구ㆍ완구 메카’ 창신1동에서는 새 정부의 경제 운용에 불만이 많았다. 문구점 주인 정현주(57)씨는 “물가가 이렇게 올랐는데 눈을 씻고 봐도 대책은 안 보인다”며 혀를 찼다. 문구ㆍ완구 거리는 새 학기를 앞둔 이맘때가 최고 대목이지만, 오가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서울에서 윤 대통령 득표율이 세 번째로 낮았던 강서구 화곡8동(41.0%) 주민들의 반응 역시 판박이처럼 똑같았다. 40대 이하 인구가 60%를 차지할 정도로 젊은층이 많기 때문인지 ‘취학연령 만 5세 하향’ 등 부실한 정책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성모(37)씨는 “우리 애가 세 살인데 다섯 살부터 초등학교를 보낸다는 얘기에 아연실색했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이수연(42)씨는 최근 대통령실이 윤 대통령의 반지하 침수 현장 방문 사진을 홍보에 활용한 것을 비판하며 “홍보가 국정의 전부다”라고 했다.

까치산시장 한 국숫집에서는 윤 대통령을 옹호하는 여당 인사의 발언이 TV를 통해 흘러나오자, 남성 손님이 “잘하긴 뭘 잘하나. 소리 좀 줄여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사장 서모(50)씨는 “요즘 들어 저런 손님이 부쩍 늘었다”고 귀띔했다.

김도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