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오지 않은 삶의 위기 앞에서 갑갑하다면

입력
2022.08.17 15:00
<16> 책 '아픔이 길이 되려면'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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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저는 이성애자, 비장애인, 정규직,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40대 직장인이에요. 큰 아픔과 상처 없이 지금까지 살아온 편이죠. 하지만 아이를 낳고 관점이 넓어지면서 조금씩 제 생각의 변화가 시작된 것 같아요.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평등하게 모든 이들에게 침투했지만, 바이러스로 인한 질병의 후유증은 불평등했죠. 가난, 사회적 편견, 차별, 장애 등에 노출된 소수자들은 다수의 대중보다 더 위험에 노출되는 것 같고요. 우리 아이가 앞으로 살아내야 할 사회가 지금과는 달랐으면 좋겠어요. 언제 어떻게 올지 모르는 게 삶의 위기와 결핍인데, 우리는 어떤 마음가짐을 갖고 살아가야 할까요? 김정태(가명·43·직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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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아픔이 길이 되려면'

텔레비전 속 뉴스를 보다 보면 한숨이 푹푹 나오죠. 자연재해, 전쟁, 각종 사건사고 등 삶의 어려움은 언제 어떻게 우리에게 다가올지 모릅니다. 문제는 이런 것들을 '남의 일'로만 바라볼 때인 것 같아요. '나와는 상관없는 일'로 바라볼 때 우리 사회는 파편화되고 타인의 아픔은 '그들만의 문제'로 남는 것 같습니다.

저는 정태님에게 김승섭 교수의 책 '아픔이 길이 되려면'을 추천합니다. 모든 사람은 아픔과 함께 살아갑니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 취약계층 혹은 소수자로 해당되는 이들의 아픔은 상대적으로 더 깊고 큽니다. 문제는 우리 사회는 그들의 아픔을 때로는 외면하고 때로는 그들을 더 큰 아픔의 길로 인도하고 있다는 건데요.

저자는 가난, 세월호 참사, 동성애, 쌍용차 해고노동자 등 사회적 이슈 속 차별과 불평등이 보건의료적 측면에서 어떻게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합니다. 질병과 건강을 사회적 접근으로 다가간다는 게 신선한데요. 모든 병은 사회적 환경과 완전히 분리되지 않고, 그렇기에 공동체가 사회 구성원의 건강에 대한 책임을 가져야 한다는 게 이 책의 주장입니다.

우리는 언제 어떻게 사회적 약자가 될지 모릅니다. 당장은 평균적으로 '다수'에 속한다고 해도 불의의 사고로 피해자 혹은 소수자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고 그들과 연대할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저자는 "우리는 연결될수록 건강한 존재들"이라고 말합니다. 나아가 "직접적으로는 나에게 영향을 미치는 문제가 아니더라도, 이웃들이 겪는 질병, 문제에 귀를 귀울여야 아름다운 사회"라고 얘기합니다.

내가 아프지 않기 위해서라도, 언제 어떻게 올지 모르는 위기의 사회에서, 우리는 사회의 취약점을 찾아 해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책을 통해 정태님이 질병에서 더 나아가 이 사회가 강제하는 불평등한 아픔 전반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보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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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