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초점] '마녀사냥2022'가 꾀한 영리한 전략

입력
2022.08.18 08:57
과거와 다른 전략으로  MZ세대 잡은 '마녀사냥'
포인트는 성별·세대 아우르는 다양성

'마녀사냥 2022'가 오리지널 콘텐츠 중 티빙 유료가입기여자수 2주 연속 2위를 차지하면서 예열을 시작했다.

'마녀사냥 2022'는 날 것 그대로 현실 연애의 모든 것을 다루는 오리지널 연애 토크쇼다. 이 시대의 청춘들이 어떻게 연애를 하고 있는지 어떨 때 즐거워하고 또 괴로워하며 고민하는지 직접적으로 바라본다는 기획 의도를 갖고 있다.

과거의 '마녀사냥'은 음지에 가려져 있던 연애와 성(性)에 대한 이야기를 양지로 끌어올렸고 당시 방송프로그램 중에는 가장 높은 수위의 예능이었다. 신선하고 발칙한 발상이 젊은 세대에게 호응을 이끌어내면서 '그린라이트', '낮져밤이'(낮에는 지고 밤에는 이기다) 등 신조어 양산을 하기도 했다.

'마녀사냥2022'가 론칭을 알렸을 땐 기대보다 우려가 컸다. 너무 한쪽에 치우치거나 '섹드립'에만 집중한다면 예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할 것이라는 기우가 있었다. 그러나 베일을 벗은 '마녀사냥'은 오히려 수위를 화끈하게 넘어버렸다. 원색적인 단어들이 대놓고 테이블 위를 오가는데 이들의 뻔뻔함이 유쾌하게 담겼다. 진부함과 답습보다 파격을 과감하게 선택하면서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그야말로 '마녀사냥2022'다운 행보다.

'마녀사냥 2022'는 매회 핫한 게스트들과 함께 새로운 주제로 현실 연애 토크를 펼친다. 큰 사랑을 받았던 인기 코너들은 그대로 유지된다. 다만 달라지는 연애관과 소통 방식을 감안해 변주를 뒀다. 과거의 '마녀사냥'이 폐쇄적이던 소재였던 성(性)을 양지로 올리는 것에 일조했다면 돌아온 '마녀사냥2022'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기존 '마녀사냥'과 '마녀사냥2022'의 가장 큰 차이점은 진행자들의 색채다. '마녀사냥'이 신동엽 허지웅 성시경 유세윤 등 주로 남성 입장에서 바라보는 그림이 짙었다. 후반부 곽정은과 서인영이 합류해 여성을 대변했지만 남성 출연자들의 입지가 워낙 두터웠던 것도 사실이다.

'마녀사냥2022'에서는 비비와 김이나가 여성의 시각으로 사연에 응답한다. 기존과 달리 성별과 연령대 다양성에 방점을 찍은 만큼 다양한 견해가 쏟아지면서 웃음포인트가 됐다. 최근 MZ세대로 표방되는 102030세대의 가치관을 모두 아우를 수 있게 만들면서 이른바 '세대 대통합'을 만들어냈다. 조금씩 다른 문화와 생각을 가진 이들이 모였기 때문에 크게 이질감이 없다. 신동엽이 기성세대를 맡았다면 비비가 '요즘 애들'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특히 달라지는 시대상 속에서 연애관도 변화하기 때문에 세대 간 소통이 유독 깊게 다가온다.

가령 1회 에피소드에서는 연인 간 관계의 타이밍을 묻는 사연이 등장한다. 과거 '마녀사냥'에서 썸인지 아닌지를 물었던 사연들보다 한층 더 수위가 높다. 매운 맛 필터를 외쳤던 만큼 MC진과 게스트들 모두 직간접적인 경험을 토대로 스스럼없이 조언한다. 또 과거엔 없었던 소개팅 애플리케이션 만남에 대한 견해를 각자 밝히는 장면도 눈길을 끌었다.

여기에는 OTT 오리지널 프로그램이라는 포맷의 자유성이 보장됐다. '마녀사냥'이 JTBC로 방영되던 당시 방송통신 심의위원회의 법정 제재를 받곤 했다. 아직까지 OTT 콘텐츠들이 방송법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마녀사냥2022'는 더욱 노골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는 실정이다.

홍인기 PD는 7년 만에 돌아온 '마녀사냥 2022'를 기획하면서 연애관의 변화를 의식했다. 앞서 진행된 '마녀사냥2022' 제작발표회에서 홍인기 PD는 "요즘 연애를 다룬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MZ세대로 불리는 요즘 청춘들이 어떻게 연애하는지 언제 괴로워하는지 심층적으로 다뤄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젊은 이들의 연애와 철학을 적나라하게 담으면서 누군가에겐 공감을, 누군가에겐 새로운 세상을 선보이겠다는 의지다. '마녀사냥2022'가 과거의 명성에 기대 선정과 자극만 쫓았다면 나오지 않았을 그림이다.

우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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