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대만 침공, 봉쇄는 쉬워도 상륙은 어렵다

입력
2022.08.20 11:00
17면
중국의 대만침공 시나리오는

편집자주

국내외 주요 흐름과 이슈들을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깊이 있는(deep) 지식과 폭넓은(wide) 시각으로 분석하는 심층 리포트입니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맞선 중국군의 대규모 군사훈련과 미 의회에 상정된 ‘대만정책법(Taiwan Policy Act)’ 등으로 대만 해협을 중심으로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동아시아 지역과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은 명확하다. 따라서 가능성이 낮더라도 중국의 침공 시나리오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필요한 상황이다.

중국, 해상 봉쇄는 쉽지만 대만 상륙은 성공 불확실

중국은 미국이 도착하기 전에 대만 침공을 마무리 지으려 할 것이다. 반면 대만은 자국의 군사력으로 초기 대응을 하되, 미국 개입 때까지 버틴다는 ‘확고한 방위(防衛固守)’ 전략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런 전제 아래 중국인민해방군(이하 중국군)의 8월 군사훈련, 1·2차 대만 해협 위기 양상, 중국 침공에 대비한 대만의 한쾅(漢光)훈련을 분석하면, 실제 무력충돌 양상도 짐작이 가능하다.

중국은 △여건 조성 △해상 및 공중 봉쇄 △제한적 공격 △상륙 침공 등 4단계로 분쟁을 전개할 것이고, 대만은 ‘적의 침공초기 생존성 유지능력의 증강’(增强承受第一擊後之持續戰)이라는 방위구상으로 대응할 것이다.

우선 여건 조성 단계에서 중국군은 삼전(三戰, 심리전·여론전·법률전), 사이버전 등을 통해 우호적 여건 조성을 할 것이다. ‘대만 해협은 중국이 주권적 권리를 보유한다’는 법률전, 국내 민족주의에 호소하는 ‘여론전’, 가짜뉴스를 대량 생산하는 ‘심리전’ 등으로 여건을 조성하고, 사이버 공격을 통해 대만의 지휘통신망을 교란할 것이다.

2단계는 해상 및 공중 봉쇄다. 마조도(馬祖島)와 진먼다오(金門島)에 대한 봉쇄 및 점령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진먼다오는 1958년 촉발된 제2차 위기 시 중국군이 47만 발 포격을 가해 많은 사상자를 낸 곳으로, 8월 훈련에서도 중국군이 18여 차례의 드론 진입을 시도한 바 있다. 두 섬에 대한 점령 시도 후 중국군은 기륭(基隆)항, 카오슝(高雄)항 등 대만 본토에 대한 전면 봉쇄로 모든 선박의 출입을 봉쇄하고 방공식별구역을 확대하여 항공기 진출입도 통제한다. 대만도 자체 보유한 전투기와 패트리어트, 호크 미사일 등으로 대응하겠지만 전력의 열세로 효과는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

3단계는 제한적 공격 단계다. 중국군은 370㎜ 방사포와 DF-11A, DF-15B 미사일을 통해 대만 국방부, 육해공 총사령부 등 군지휘시설을 무력화하고 제공권과 제해권 확보를 시도할 것이다. 중국 공군은 J-11, J-20 등 1,100여 대 전투임무기를 동원해 북부, 서부, 동부에서 진입, 대만의 쑤아오(蘇澳)·쭤잉(左營) 해군기지, 즈항(志航)·신주(新竹) 공군기지 등의 무력화에 나설 것이다. 대만도 AIM-120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을 장착한 F-16V과 미라지-2000 등으로 대응하겠지만, 미국 지원 없이는 전력 열세의 불리함을 만회할 수 없을 것이다.

한편 중국 해군은 본토 연안과 서태평양 지역에 랴오닝함(遼寧艦), 산둥함(山東艦) 등 항모전단을 집결해 미군 개입을 막고, 대만에 대한 포위망을 형성할 것이다. 중국은 7척의 핵추진 잠수함과 42여 척의 재래식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다. 핵추진 잠수함은 미군 전력의 접근 거부에, 재래식 잠수함은 어뢰를 이용한 함선 공격과 기뢰부설 임무에 활용될 것이다. 이 잠수함들은 대만 해협으로 은밀하게 진입한 다음, 주요 항로 등에 매복하고 있다가 목표물들을 공격하고 기뢰를 부설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다. 대만 해군은 기륭급 구축함 4척, 양양급 소해함 8척, 잠수함 4척 등이 있으나, 중국 해군 격퇴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4단계로 중국은 분리독립 시도에 대한 재발방지 요구 등 대만과의 협상을 시도하지만, 대만이 거부한다면 마지막 수단으로 상륙작전을 선택할 것이다. 우선 다량의 미사일과 해상·공중 공격을 통해 미사일 방어망이 구축되어 있는 화롄(花縺)의 자산(佳山) 공군기지를 비롯한 대만 주요 방어망을 무력화할 것으로 보인다. 상륙 여건이 조성되면, 해군 육전대 등이 대규모 상륙작전을 감행해 신속한 대만 점령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군의 상륙 준비는 미국 감시정찰자산에 의해 사전에 포착될 가능성이 많고, 대만 해협을 건너는 동안 보급로 확보도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대만 해안에서 상륙작전이 가능한 곳은 카오슝 등 10여 곳에 불과해 대만군이 이곳에 집중해 강력한 방어선을 구축한다면 성공 여부도 예단키 어렵다. 실제로 대만은 미국 지원을 기다리는 동안 중국군 상륙에 대응해 ‘근해 사수, 해안선 적군 섬멸’이라는 전략개념을 따르고 있다. 웅풍(雄風) 계열의 미사일, M1A2T 전차, CM-34 전투장갑차의 도입 등 독자적인 방위능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중국·대만 전면전 발발 8,000조 원 경제 피해 예상

향후 이 지역에서 발생 가능한 무력충돌 수준은 △중국과 대만이 인식하는 사안의 심각성 △피해 감수 여부 △군사작전의 성공 가능성 여부에 따라 좌우된다. 그러나 △단기·저강도 △단기·고강도 △장기·저강도 △장기·고강도 시나리오 가운데 단기·저강도의 가능성이 높다. 대만의 분리독립 행보가 극단적이지 않을 것임을 전제로 장기적 분쟁상황과 고강도 무력충돌은 막대한 피해로 이어지기 때문에 미국, 중국, 대만 모두 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전면전으로 치달을 경우 경제적 피해는 6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미국 랜드연구소는 무력충돌이 발생할 경우, 미국은 국내총생산(GDP·2022년 25.3조 달러)의 5%, 중국은 GDP(19.9조 달러) 중 25%가 감소할 것으로 분석한다. 러시아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의 GDP 추정치가 45% 감소할 것임을 감안한다면, 대만은 GDP(8,410억 달러)의 45%에 달하는 손실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무력충돌 개시의 열쇠를 쥐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경제적 피해와 함께 대만의 결사항전 의지, 미국과의 군사력 격차 등으로 군사적 모험을 선택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바, 전면전 수준의 침공 가능성은 낮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중국은 무력시위로 대만 해협의 위기를 고조시키는 가운데 하이브리드전으로 ‘하나의 중국’ 정책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사이버 공격 등 회색지대 전술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 침공 시 한반도에서 북한 도발로 이어질 수도

중국이 제한적 공격 이상의 무력행위에 나서면 미국은 직접 개입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한국도 영향권에 들어갈 수 있다. 전세계 해상 물동량의 48%가 대만 해협을 거치는 만큼 중국이 해상 봉쇄에 나선다면 글로벌 공급망에 심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더 심각한 건 주한 미군의 개입으로 불똥이 우리에게 튈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국내외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주한미군 차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004년 순환배치 방식으로 차출된 주한미군의 이라크 파병 △2021년 인준 청문회에서 폴 라캐머러 주한미군사령관의 역외 활용 가능성 시사 발언 △융통성 있게 군사력을 활용하는 미군의 ‘역동적 군사력 운용(Dynamic Force Employment)’ 추세 등이 그런 분석의 근거가 되고 있다.

문제는 주한미군이 투입될 경우 우리에게 대북 억지력 공백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대만 해협에서 충돌이 발생할 경우 북한이 동맹인 중국 지원을 명분으로 개입할 수 있고, 그 양상은 한반도에서의 중강도 이상의 도발 행태로 나타날 수 있다. 주한 미군의 개입 가능성이 이런 딜레마를 유발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한미 간 긴밀한 소통노력과 사전대비가 필요하다.

이성훈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 랜드연구소에 방문학자로 다녀왔다. 합참과 국방대학교 안보대학원 교수로 근무하고 합동참모대학장을 거쳐 합동군사대학교 총장을 역임했다. 한미동맹, 핵전략, 항공우주전략이 주요 연구분야이며 저서로 <한국 안보외교정책의 이상과 현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