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업계 '삼대장'으로 불리는 '3N(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의 2분기 경영 실적이 엇갈리면서 시장에 미칠 여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특수를 누린 게임업계는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파격 대우라는 당근을 내세우며 개발자 유치 전쟁을 펼쳤다. 그 바람에 인건비는 크게 올랐고 비용 부담은 커졌다. 당시에는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게임 이용자와 게임 이용 시간이 모두 늘어 견딜 만했다. 하지만 올 상반기 동안 게임 이용자가 급감하면서 인건비 부담이 고스란히 경영 실적으로 이어졌다. 실제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모바일게임 이용자는 1년 새 270만 명이나 줄었다. 이용자 감소로 게임사의 기초 체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결국 신작 및 주력 게임의 흥행에 기댈 수밖에 없었지만 이 역시 만족스럽지 못했다.
이런 이유로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국내 대표 게임사들은 실적 반등을 위한 '새판 짜기'를 고심 중이며, 신규 인재 채용과 하반기 경영 전략도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3N'으로 불리는 넥슨과 엔씨소프트, 넷마블의 올해 2분기 통합 매출액은 2조1,074억 원이다. 영업이익은 3,087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 3N의 통합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조6,890억 원, 2,543억 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3N의 성적표는 1년 새 좋아진 듯 보인다.
하지만 그 속사정을 뜯어보면 사정이 다른데 ①게임 개발자 확보를 위한 인건비 인상 등 비용 증가와 ②게임 작품 흥행 성적표가 실적 지표를 갈랐다. 실제 3N은 지난해 치열한 '연봉 인상' 경쟁을 펼쳤다. 넥슨과 넷마블은 전 직원의 연봉을 800만 원 인상했고 엔씨소프트는 개발직 1,300만 원, 비개발직 1,000만 원씩 연봉을 올렸다. 코로나19 사태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될 땐 게임 유입자들이 많아 인건비 인상 출혈 경쟁이 가능했지만, 코로나19 이후에는 고스란히 부담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넷마블은 가장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넷마블의 2분기 매출액과 영업손실액은 각각 6,606억 원과 347억 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2분기 연속 수익성 부분 적자를 냈다. '제2의 나라 : Cross Worlds' 글로벌과 '머지 쿵야 아일랜드' 등 신작 게임 출시가 다소 늦어진 것이 악재로 작용했다.
엔씨소프트는 같은 기간 매출액 6,293억 원과 영업이익 1,230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7%, 영업이익 9% 증가하며 '체면치레'를 했다. 지난해 말 출시한 '리니지 더블유(W)'의 2분기 매출액이 2,236억 원을 기록하면서 1분기 대비 40%가량 감소했고, 신작 '쓰론 앤 리버티' 출시일 역시 내년 상반기로 연기되면서 '신작 후광'을 얻는 데 한계가 있었다. 실제 1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액은 20%, 영업이익은 50% 감소했다.
넥슨은 그나마 '실적 선방'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최근 급증한 인건비 부담을 모두 상쇄할 정도의 성과는 아니다. 넥슨은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841억 엔(약 8,175억 원), 영업이익 227억 엔(2,204억 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50%, 47% 증가한 수치다. 넥슨은 역대 상반기 기준 최대 매출을 달성했는데, '피파(FIFA) 온라인 4'와 '메이플스토리' 등 주요 게임작품 흥행과 글로벌 시장 매출 확대가 큰 역할을 했다. '피파 온라인 4'는 전년 대비 매출액이 2배 이상 성장했고 중국 지역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3%, 북미와 유럽 지역 매출은 30% 상승했다.
이처럼 국내 대표 게임사들의 실적이 엇갈리면서 게임사들은 ①개발자 등 신규 채용 ②시장 공략 전략 등 경영 전략을 짜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우선 '신규 채용'은 조금씩 다른 그림이 예상된다. ①2분기 연속 영업 손실을 기록한 넷마블은 그룹 차원의 인력 충원을 일단 제한한다. 도기욱 각자대표가 이달 11일 열린 컨퍼런스 콜을 통해 이 같은 기조를 밝혔다. 인건비 수준은 현재와 같이 유지되지만, 신규 채용은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②'중간 성적'을 기록한 엔씨소프트는 '인력 효율화'에 나섰다. 홍원준 엔씨소프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기존 인력의 효율적 배치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③3N 중 가장 나은 실적표를 받아 든 넥슨은 유일하게 신규 채용을 유지할 계획이다.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가 지난해 밝힌 '2022년 연말까지 1,000명 추가 채용' 기조를 지키겠다는 입장이다. 넥슨은 현재까지 500여 명을 새로 뽑았기 때문에 연말 500여 명을 추가 채용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내 대표 게임사 세 곳 중 두 곳이 사실상 '하반기 신규인력 채용 중단'을 선언하면서 업계 전반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결국 세 회사 모두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해서는 새 게임의 흥행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처지다. ①넷마블은 연내 블록체인 기반 게임 3종을 포함해 총 6개의 신작을 쏟아 낸다. 또 올해 7월 출시된 '세븐나이츠 레볼루션'의 매출 확대도 기대하고 있다. ②엔씨소프트는 최근 매출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해외 시장 확대와 신작 장르 및 플랫폼 다변화를 추진 중이다. 게임 개발 자체를 '글로벌 시장'에 맞추고 모바일과 개인용컴퓨터(PC) 등 다양한 플랫폼 매출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③넥슨은 25일 신작 MMORPG(대규모 멀티 플레이어 온라인 롤 플레잉 게임) '히트2(HIT2)'를 국내에 출시하고 3인칭 슈팅 게임 '베일드 엑스퍼트' 등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를 통해 3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27~37% 증가한 960억 엔~1,040억 엔 매출액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