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당권 주자인 강훈식 의원이 15일 선거 중도 사퇴를 선언했다. 이로써 민주당 대표 선거는 이재명, 박용진 의원의 양자 구도로 치러진다. 이재명 대세론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이 많지만, 비이재명계가 결집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강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당대표를 향한 도전을 멈춘다”고 사퇴의 뜻을 밝혔다. 그는 질의 응답에서 사퇴 이유에 대해 “거대한 현실을 직시하고 도전을 멈추는 것”이라며 “국민과 당원께 변화와 혁신의 적임자임을 설득하는 데 한계에 부딪혔다”고 말했다.
97세대(90년대 학번·70년대생) 주자 중 한 명인 강 의원은 당 쇄신파와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 일각의 지원을 받으며 ‘쓸모 있는 민주당’을 내걸고 당권에 도전했다. 충남 아산이 지역구인 그는 유일한 비수도권 후보임을 내세우기도 했지만 이 의원의 벽을 넘는 데 실패했다. 전날까지 집계된 강 의원의 권리당원 투표 누적 득표율은 6.83%로 이 의원(73.28%)은 물론 2위 박 의원(19.90%)에도 못 미쳤다.
강 의원 사퇴는 이 의원 절대 우위 구도로 굳어져 가는 당대표 선거에 큰 변수가 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박 의원과 강 의원의 득표율을 더해도 20%대에 그쳐 이 의원과 격차가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특히 강 의원은 이날 중립을 선언하며 박 의원이 보낸 단일화 러브콜을 거절했다. 그는 "반이재명 단일화로는 민주당을 이끌 수 없다"며 "저의 지지자들의 선택은 그분들의 몫"이라고 거리를 뒀다.
그러나 박 의원은 이 의원의 독주 구도를 우려하는 당내 비이재명계 여론이 강 의원 사퇴를 계기로 자신에게 결집할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박 의원은 강 의원 사퇴 직후 입장문을 내고 “이제 경선은 1대 1 구도로 전환됐다”며 “쓸모 있는 정치, 민주당의 기본과 상식을 위해 뛰겠다”고 밝혔다. 강 의원이 내세웠던 ‘쓸모 있는 정치’ 등 슬로건을 부각하며 강 의원 지지층에게 손을 내민 것이다.
이 의원과 박 의원은 이날 일제히 호남 일정을 소화하며 빅매치로 꼽히는 호남 경선에 대비했다. 전북은 17~19일, 전남과 광주는 18~20일 권리당원 투표가 실시된다.
이 의원은 순천과 목포, 광주를 돌며 지지자들과 만났다. 그는 전남 순천대 행사에서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억압하고, 힘이 있으면 비록 타인에게 폭력이 되더라도 자유롭게 (힘을) 행사하는 것을 진정한 자유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광복절 경축사에서 33번이나 '자유'를 언급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전북 장수 출신의 박 의원은 광주와 전주를 돌며 '호남 정신'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이번 전당대회는 호남에 실망을 안긴 민주당이 바로 서는 계기가 돼야 한다"며 "행동하는 양심과 깨어 있는 당원만이 민주당을 바로 세울 수 있다"고 '김대중 정신'에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