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웨이'를 선택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13일 기자회견과 당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을 계기로 국민의힘 당권주자들이 본격 몸풀기에 나섰다. 유력 주자로 꼽히는 김기현, 안철수 의원과 나경원 전 의원 등이 "당의 위기를 외면하지 않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당권 도전 의지를 비쳤다. 쟁점은 전당대회가 언제 열리느냐다. 비대위 활동기간과 전당대회 개최 시점이 불가분의 관계라는 점에서 주호영 비대위원장의 의중이 가늠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15일 광복절을 맞아 페이스북에 "이 나라의 주역이 될 미래세대에게 대한민국의 당당한 유산을 물려주려면, 보수혁신의 깃발을 올리지 않으면 안 된다"며 "그 선봉에서 분연히 국민과 함께할 것이며 일신의 영달에 연연하거나 비겁하게 뒤로 숨지 않겠다"고 썼다. 사실상 당권 도전 의사를 공식화한 셈이다. 김 의원은 "가치·세대·지역·계층의 지지를 더하는 '덧셈의 정치'로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가치·세대·지역·계층의 앞글자를 하나씩 딴 '가세지계'의 정치는 김 의원이 지난해 원내대표 시절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도 강조했던 가치다.
다른 당권주자인 나 전 의원도 당권을 향한 관심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이날 라디오에서 "(당권에 대해) 깊이 생각한 적도 없다"면서도 "하고 싶다고 하는 게 아니고, 하기 싫다고 안 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여지를 남겼다. 나 전 의원은 "원외에 있으니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나 전 의원은 지난 10일에도 "정치인은 언제나 몸이 풀려 있다"며 당권 도전을 시사했다.
대중 인지도 면에서 가장 앞서 있는 안 의원은 일찍이 도전 의사를 내비친 상태다. 그는 지난 9일 "내 역할이 있다면 그 역할을 마다하지 않겠다"고 했다. 국민의당 출신인 안 의원은 국민의힘과의 합당 전부터 당을 중도와 보수층이 통합된 실용정당으로 개혁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전당대회 개최 시기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김 의원은 임시 지도체제가 길어질수록 국민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며 연내에 가급적 빨리 전당대회를 열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안 의원은 "여당으로서 국정감사와 정기국회를 제대로 잘 치르고, 전당대회는 그다음에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곧 출범하는 '주호영 비대위'가 활동 기간 논란을 조기에 매듭짓지 않으면 불협화음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키맨'인 주 위원장은 정기국회 일정 등을 이유로 조기 전당대회에는 부정적인 의견을 낸 상태다.
비대위 출범과 동시에 대표직을 잃게 된 이 대표는 차기 전당대회의 의미를 평가절하했다. 그는 이날 오전 CBS 라디오에 출연해 "(차기) 전당대회에서 지난 전당대회만큼의 파란은 전혀 기대하기 어렵다"고 냉소했다. 자신을 30대 당대표로 만들어준 지난해 6월 전당대회만큼의 돌풍과 흥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그는 "어떤 결과가 나오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하거나, 국정 분위기가 반전되는 효과는 오히려 반감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