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프로 데뷔 후 지난해까지 4년 동안 1군 경기는 단 3경기. 5이닝 동안 평균자책점(ERA) 7.20에 이닝당출루허용률(WHIP)도 2.20으로 부진했다. 하지만 지난 5월 KT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2개월여 동안 나선 경기가 무려 23경기. 아직 소화 이닝(25이닝)이 적긴 하지만, 투구 내용이 ERA 1.44에 WHIP 0.88로 ‘특급 불펜’ 수준이다. 이 놀라운 반전의 주인공은 사이드암 투수 이채호(24)다.
이채호는 14일 경기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2 KBO리그 삼성전에서 1.2이닝 무실점(무피안타 2사사구) 호투하며 팀의 3-2 역전승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선발 배제성의 부진과 우천 중단 등의 상황에서 급하게 마운드에 올라 제 몫을 다한 것이라, 그의 호투는 더욱 빛났다. 이채호는 최근 인터뷰에서 “목표가 1군에서 오래 있는 것이었다. 트레이드 후 많은 경기에 출전하는 데다 성적까지 잘 나오니 정말 좋다”라며 활짝 웃었다.
2018년 SSG에 지명된 후 이채호는 현역으로 군 복무(2018~20)를 마친 뒤 지난해에도 대부분 2군에 머물렀다. 1군 경기는 지난해 3경기가 전부였고, 올 시즌에도 SSG의 촘촘한 1군 투수진을 비집고 들어가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5월 22일 KT로 트레이드된 뒤 이채호는 물 만난 물고기처럼 제 기량을 활짝 펼치고 있다. 처음엔 ‘추격조’로 등판했지만, 7월 이후엔 1~2점차 긴박한 상황이나 동점에서도 마운드에 오르는 등 사실상 ‘필승조’ 역할을 수행 중이다. 이강철 KT 감독도 “확실한 불펜 카드다. 앞으로도 중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KT가 사이드암 유망주의 성장에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먼저, 이강철 감독이 언더핸드 투수 출신으로 KBO리그 역대 다승 4위(152승)에 올라 있는 전설이다. 여기에 팀 에이스 고영표, 5선발과 롱릴리프를 넘나드는 엄상백 역시 이채호에겐 훌륭한 롤모델이다. 이채호는 “감독님이 커브 그립을 가르쳐 주셨는데, 이 그립으로 바꾼 뒤 안타를 허용한 기억이 없다”라고 전했다. 직구와 커브를 주로 던지지만 가끔 구사하는 체인지업 완성도가 높아지면 이채호의 가치는 더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적 후 고영표 선배가 밸런스 변화로 체인지업 구위를 높이는 방법을 알려줬다”라고 말했다.
지쳤던 어깨가 군복무 기간 충분히 휴식을 취한 점도 작용했다. 그는 “군 복무 기간 야구에 대한 고민과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했다. 이것이 팀에 복귀해서도 선수 생활을 이어갈 밑거름이 된 것 같다”라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전역 후 팀에 복귀한 후 구속이 4~5㎞ 증가했다. (복무 기간이) 어깨에 쌓였던 피로를 많이 덜어낸 시기였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요즘 야구장 출근이 즐겁다고 했다. 이채호는 “올해 정말 많은 경험을 하고 있다”면서 “지금처럼 꾸준히 활약해 포스트시즌 무대를 꼭 밟아보고 싶다”라고 목표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