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오후 2시 베트남 북부 하남성(省) 리난 지구. 언제나 그렇듯 베트남의 여름은 무덥고 습했다. 더위에 지친 A(65)씨는 함께 놀던 세 살배기 손자 B군을 며느리에게 맡기고 시원한 에어컨이 있는 친구의 가게로 향했다. "엄마 말 잘 듣고 놀고 있어. 할아버지는 조금 뒤 돌아올게." 평소처럼 손자에게 다정히 인사를 건넨 A씨는 별생각 없이 세 시간 동안 친구 가게에 머물렀다.
그러나 집에 돌아와 보니 손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며느리 역시 사라진 어린 아들을 찾던 중이었다. A씨는 서둘러 손자가 갈 만한 장소를 둘러봤지만 어디에서도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베트남에서는 최근 5년 동안에만 106건의 영유아 유괴 사건이 발생했다. A씨와 가족들의 가슴은 타들어 가기 시작했다.
소식을 들은 리난 지구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온 마을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들은 같은 날 오후 3시 20분경 손자가 한 버블티 가게에 들어가는 모습이 담긴 A씨 집 근처 폐쇄회로(CC) TV영상을 찾아냈다. 해당 가게는 A씨가 최근 외지인인 C(25)씨에게 세를 내준 곳이었다.
황급히 찾아간 가게의 철제문과 셔터는 굳게 닫혀 있었다. A씨는 즉시 C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그는 "오늘 가게 문을 연 적도 없고 지금 하노이로 가고 있다"라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이후 A씨가 건 수십 통의 전화에는 아예 응답조차 하지 않았다.
A씨와 이웃들은 이상한 낌새를 감지했다. 버블티 가게는 분명 오후 4시까지 문이 열려 있었고, C씨의 오토바이도 가게 근처에 버젓이 주차돼 있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더 지체되면 안 되기에, 주민들은 망치와 전기톱을 들고 와 가게 문을 부수고 실내에 진입했다. 가게 구석구석을 뒤지던 주민들은 곧 대형 냉동고 안에 갇혀 있는 손자를 발견했다.
다행히 냉동고 안에 있던 손자의 심장은 뛰고 있었다. 주민들은 저체온증 치료를 위해 즉시 구급차를 불렀고, 손자는 하노이 어린이 전문병원으로 이송됐다. 주민들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 아이는 현재 정상 체온을 찾고 회복 중이다.
C씨는 사건 발생 당일 경찰에 즉시 체포됐다. 15일 VN익스프레스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C씨는 경찰 조사에서 "가게에 들어온 아이에게 '같이 놀자'고 했는데 거절해 화가 나 그를 냉동고에 가뒀다"고 범행을 자백했다. 경찰은 세입자이던 C씨가 A씨에게 원한이나 증오를 품고 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추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