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평등은 망상”...일본 성차별·혐한 의원 요직 기용 파문

입력
2022.08.14 18:00
스기타 미오 자민당 의원 총무 정무관 임명
“성소수자는 생산성이 없다” 등 차별 발언 악명

“성소수자는 생산성이 없다.” “(성폭력 피해) 여성은 얼마든지 거짓말을 할 수 있다.”

수많은 성차별 발언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에 대한 부정 등으로 악명 높은 일본의 여성 정치인이 최근 단행된 개각에서 총무 정무관이라는 요직에 임명돼 논란이 일고 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이에 항의하는 해시태그 운동도 일어났다.

"남녀 평등은 부도덕한 망상" 등 성차별 발언 다수

앞서 일본 정부는 12일 임시 각의를 열고 부장관 26명, 정무관 28명의 인사를 결정했다. 10일 단행된 개각의 후속 인사다. 이 중 논란이 된 인물은 총무 정무관에 임명된 스기타 미오(55) 의원. 자민당 아베파 소속의 혐한·극우 인사로, ‘남성 의원이 쉽사리 못 하는’ 성차별 발언을 서슴없이 하는 여성 의원이다. 2017년 아베 신조 전 총리에 의해 자민당에 영입됐으며, 수많은 망언을 하고도 비례후보로만 출마해 연속 당선됐다.

2014년 그는 국회에서 “여성 차별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남녀평등은 절대로 실현될 수 없는 부도덕한 망상”이라면서, 남녀공동참가기본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0년엔 성폭력 피해자 지원센터의 상담에 경찰이 적극 관여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성폭력 피해) 여성은 얼마든지 거짓말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해 공분을 일으켰다. ‘일본 미투의 상징’ 이토 시오리에 대해서도 노골적인 2차 가해를 했다.


성소수자 차별 발언 세계적 악명

그의 성소수자 차별 발언은 일본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악명 높다. 2018년엔 “LGBT(성소수자) 커플은 아이를 만들지 않는다, 즉 생산성이 없는 것”이라고 기고해 큰 파문을 불러왔다. 당시 수천 명이 모여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지만 아베 신조 총리는 “아직 젊어서 그러는 것”이라며 그를 옹호했다.

혐한·극우 인사와 함께 관련 서적을 여러 권 공동 집필한 그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왜곡된 발언을 적극적으로 해왔다. 2013년 미국 글렌데일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에 대해 철거를 요구했고, 2015년 7월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 준비회의에 참석해 위안부 강제연행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증언을 미투 운동 관점에서 연구한 학술논문을 ‘날조’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트위터에서 요직 기용 항의 운동 벌어져

차별주의자의 요직 기용에 일본 트위터에서는 항의가 잇따랐다. ‘스기타 미오씨의 총무 정무관 기용에 항의합니다(#杉田水脈氏の総務政務官起用に抗議します)’라는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은 13일까지 7만 건 가까이 올라와 트렌드 검색어 상위에 올랐다. 트위터 사용자들은 스기타의 과거 발언을 나열하면서 “이런 사람을 요직에 기용하는 것은 일본이 차별을 용인하는 나라라는 것을 세계에 알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야당인 일본공산당도 “이런 인물을 정무관으로 임명한 기시다 정권의 견식과 책임을 묻는다”는 성명을 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