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놈의 비는 도대체 언제 그치는 거야."
13일 오후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에서 내리던 빗줄기가 거세지자, 수해 복구를 하던 상인이 한탄했다. 아직 복구 작업도 마무리되지 않았는데 광복절 연휴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되자 시름이 깊어진 것이다. 전날 겨우 복구를 마친 뒤 영업을 재개했다는 칼국수집 사장 박모(63)씨는 "내일까지 150㎜가 넘게 올 수 있다는데 걱정이 많다"며 "다시 문을 연 지 하루도 안 됐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이곳은 서달산 기슭에서 동쪽으로 내려오는 지형에 형성된 시장인데, 큰 도로 옆 움푹 패인 곳에 위치한 입구 쪽 상가는 8일부터 내린 폭우로 큰 피해를 입었다. 성인 허리까지 물이 차올라 지하는 물론 1층 상가도 큰 침수 피해를 입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상인들은 기상예보 외엔 별다른 정보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 또다른 상인은 "비가 또 온다는데 다시 침수되지 않을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무런 지침을 받은 게 없다"며 "피해가 없을 거라 예상되면 그렇다고 알려줘야 안심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날 기상청은 14일까지 수도권과 충청 북부에 150㎜ 이상의 많은 비가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다.
시장 입구엔 굴착기 등 중장비가 동원돼 잔해물 등을 제거하고 있었지만, 안쪽에선 대부분 가게가 영업을 하고 있었다. 한 옷가게는 침수가 됐지만 별다른 손상이 없는 속옷 등을 쌓아놓고 팔고 있었다. 옷가게 점원은 "비가 와도 물건은 팔아야 살지 않겠느냐"며 속옷을 싸게 사가라고 기자에게 권하기도 했다.
추석 대목을 앞두고 물건을 준비했다가 큰 피해를 입은 상인도 있었다. 멸치 등 추석 제수용품을 미리 구매해 지하 창고에 쌓아뒀다는 한 상인은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 너무 큰 피해를 입었다"며 망연자실했다. 이곳 상인회장인 이재열씨는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요구하고 있다"며 "상인들은 사후에 보상이라도 받을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곳은 지난 11일 국민의힘 의원들이 자원 봉사를 나왔다가 망언을 한 장소이기도 하다. 김성원 의원은 이곳에서 "사진 잘 나오게 비 좀 왔으면 좋겠다"고 발언해 큰 논란을 일으켰다. 국민의힘이 뒤늦게 사과를 했지만 민심은 냉랭했다.
금은방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그 사람들이 와서 농담 따먹기만 하고 갔지 실제로 도와준 게 뭐가 있느냐"고 호통을 쳤다. 인근 어묵집 사장인 정모씨도 "염장만 지르고 갈 거면 도대체 왜 찾아온 건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의 사과 영상을 봤다는 그는 "말로만 죄송하다고 하면 되는 것이냐"고 분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