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강연 중 흉기 피습을 당한 영국 작가 살만 루슈디(75)가 실명 위기에 놓였다. 루슈디는 이슬람 신성모독 논란을 일으킨 소설 ‘악마의 시’로 잘 알려져 있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루슈디의 에이전트인 앤드루 와일리는 사건 발생 후 낸 성명에서 “좋은 소식은 아니다”라며 “그가 한쪽 눈을 잃을 것 같다. 팔 신경이 절단되고 간이 흉기에 찔려 손상됐다”고 밝혔다.
그는 또 루슈디가 현재 인공호흡기로 호흡하고 있고 말을 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전했다. 루슈디는 이날 오전 미 뉴욕주(州)에서 강연하던 중 무대 위로 돌진한 한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목이 찔려 쓰러졌으며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사건 직후 헬기에 실려 지역 병원으로 후송됐고, 범인은 현장에서 붙잡혔다. 범행 동기와 사용 흉기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인도 뭄바이의 무슬림 가정에서 태어나 영국으로 이주한 루슈디는 1988년 출간한 ‘악마의 시’로 이슬람 신성모독 논란에 휩싸였다. 이슬람권 국가 대부분 이 책을 금서로 지정한 것은 물론, 이듬해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 이란 최고지도자로부터 사실상 사형 선고를 받았다. 무슬림들에게 루슈디는 물론 이 책의 출판에 관여한 누구라도 살해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파트와(이슬람 율법 해석)를 선포한 것이다. 이에 루슈디는 한동안 가명으로 숨어 지내야 했고, 이 책의 일본어 번역가가 1991년 실제로 살해당했다.
루슈디는 그 외 자신의 은신 생활에 대해 다룬 자전적 회고록과 소설 '미드나이트 칠드런'을 썼고, 내년 2월 새 소설 '빅토리 시티'를 출간할 계획이다. 루슈디가 이끄는 표현의 자유 옹호 단체 '펜 아메리카'는 이번 사건에 대해 미국에 거주하는 작가에 대한 "전례 없는 공격"이라며 "충격적이고 끔찍하다"고 비판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트위터에 "루슈디는 우리가 결코 옹호하길 중단해서는 안 되는 권리를 행사하다 공격을 받았다"고 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