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은 치매 전조 증상? 노년기 우울과 치매 구분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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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12 19:57

고령인에게 우울증은 10~20% 정도 나타날 정도 흔하다. 하지만 치료를 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런데 어떤 우울증은 치매로 진행할 수 있는 위험 요인이나 전조 증상이기에 증상을 미리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박지은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치매로 이어지는 우울증은 인지 기능의 변화가 동반되므로 인지 기능 이상 여부를 꾸준히 관찰해야 한다”고 했다. 노년기 우울증과 치매를 구분하는 방법을 알아본다.

노년기 우울증을 앓고 있는 환자는 두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그룹은 20~30대 젊은 나이에 우울증이 발생해 나이들면서도 지속되는 ‘조발성(早發性) 우울증’이다.

두 번째 그룹은 젊었을 때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가 중년 이후 우울증이 발생하는 경우로 ‘만발성(晩發性) 우울증’이라고 한다. 이 경우에는 뇌의 퇴행성 변화가 동반됐을 가능성이 높아 주의 깊게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

또한 우울증 초기부터 인지 기능 문제가 동반되거나, 치료 도중 우울 증상은 좋아졌지만 기억에 호전이 없거나, 우울증 약물 치료에 반응이 좋지 않으면 드러나지 않은 신경퇴행성 질환이 동반됐을 가능성이 높다.

우울증과 치매를 구분하려면 다양한 질문을 해야 하고 인지 기능 검사나 자기공명검사(MRI) 같은 뇌 영상 검사를 시행한다. 구분하는 데 가장 중요한 점은 ‘인지 기능이 어떻게 나빠져 왔는가’다.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의 80% 이상은 알츠하이머병(노인성 치매)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이다.

이러한 퇴행성 질환은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나빠지는 게 특징이다. 즉, 우울증 환자의 경우 ‘기억력이 갑자기 나빠졌다’ ‘기분 상태에 따라 기억력이 좋았다 나빴다 한다’라고 보고할 수 있다.

하지만 퇴행성 치매 환자는 ‘기억력이 조금씩 점차 더 나빠진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현재 인지 기능뿐만 아니라 2~3년 전 기억력도 파악해야 한다. 또한 지난해와 올해 기억력도 비교해 봐야 한다.

우울증이나 치매로 인해 일상적인 활동이 줄어들 수 있다. 이때 우울증으로 인해 의욕이 없고 귀찮아서 ‘안’ 하는 것인지, 아니면 인지 기능에 문제 있어 실수가 생기고 ‘못’ 하는 것인지 잘 구분해야 한다.

또한 치매는 예방이 중요하다. 치매를 예방하는 중요한 방법의 하나는 우울증을 치료하는 것이다. 특히 경도인지장애가 있는 데 우울 증상까지 동반되면 치매 진행이 더 빠르다.

박지은 교수는 “나이 들어 우울증이 생겼다면 병원을 찾아 치료받고, 치매일 가능성도 확인해야 한다”며 “또한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다면 증상이 호전되더라도 꾸준히 병원을 찾아 인지 기능을 점검해야 한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