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부동산 거품 붕괴가 가팔라지고 있다. 주택 시장 공급 방식을 도입한 1998년 이후 중국의 부동산 시장은 줄곧 성장세였지만, 선명한 적신호가 켜졌다. 부동산 개발회사의 자금난과 이로 인한 대량 미완공 사태, 주택담보대출 상환 보이콧 움직임 등이 맞물린 결과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경기침체를 가속화하는 폭탄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부동산정보(CRIC)를 인용해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 업체들의 아파트 판매 건수가 1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2020년과 2021년 중국에서 분양된 주택 연면적의 약 9%, 약 240만 채가 완공 약속을 지키지 못한 상태라고 집계했다. 이는 대형 금융 위기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제때 아파트에 입주하지 못한 계약자들이 주택담보대출 상환을 거부하면 금융기관에 피해가 전가되기 때문이다. 예상 피해액은 3,700억 달러(약 483조 원)로 추산됐다.
중국 부동산 시장 침체는 2020년 당국이 부동산 개발회사의 주택담보대출을 통한 자금 조달을 억제하면서 시작됐다. 주택시장 거품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대출 한도 관련 규제를 도입했지만, 결과적으로 개발회사들의 신용 위기를 초래했다.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빠진 헝다그룹을 포함해 무리한 사업 확장을 시도한 개발회사 30여 곳이 파산했다.
부동산 호황에 흥분한 중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은 계획된 공사의 25%만 완료된 주택에도 분양 허가를 내줬다. 이를 통한 수익은 부동산 개발회사의 최대 자금원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집값이 하락하고 고용 불안이 고조되면서 주택 사전 판매가 위축됐다. 부동산 개발회사들의 자금줄이 말라붙으면서 주택 미완공 사태를 부채질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부동산 산업 의존 비율이 높은 중국 경제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2020년 연구논문에서 2018년 중국의 부동산 산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약 26%로 추정했다.
그러나 위기는 쉽게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중국 당국은 “주택은 투기 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채 시장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베티 왕 호주뉴질랜드은행(ANZ)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시진핑 국가주석 등) 최고 지도부의 명확한 지침이 없다면 중국 부동산 시장은 한동안 계속 쪼그라들 것"이라며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침체에서 벗어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