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가뭄·산불... 기후재앙에 타들어가는 유럽

입력
2022.08.14 12:00
유럽 및 영국의 60%가 가뭄으로 위급 상황 내몰려
푸르던 들판 · 호수 · 강 메마르고 산불까지 겹쳐
전력 생산과 농업, 하천 운송까지 심각한 차질



유럽 곳곳에서 대규모의 기록적인 폭염과 그로 인한 대형 산불로 인명 및 재산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살인적인 열기가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푸르던 들판과 보랏빛 라벤더 밭은 메마르면서 누렇게 변해 황량하기 그지없고, 시원한 물이 흘러넘치던 호수와 강 또한 완전히 바닥을 드러냈다. 수위가 낮아지면서 수면 아래 잠자고 있던 유적이나 2차 세계대전 당시 불발탄 등이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유럽가뭄관측소(EDO)에 따르면, 유럽과 영국 전체 면적의 약 60%가 심각한 가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유럽 영토의 45%는 가뭄 경보, 15%는 매우 위험한 수준인 적색 경보 상태다. 프랑스와 스페인, 이탈리아, 네덜란드, 영국, 헝가리, 폴란드 등이 물 부족 사태에 직면하면서 전력 생산은 물론, 농업 및 하천 운송에까지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



독일 해운의 동맥이자 서유럽 내륙 운송의 척추 역활을 하는 라인강 역시 수위가 크게 낮아지면서 물품 운송에 차질을 빚고 있다. 프랑스는 1961년 이후 가장 건조한 7월을 기록했다. 지난달 산불로 큰 피해를 입은 프랑스 남서부 지롱드주에서 또다시 대형 산불이 발생해 현재 '괴물'처럼 확산되고 있다. 유럽연합에서 장비와 인력을 지원받고는 있으나 불길은 좀처럼 잡히지 않는다.

1976년 이후 46년 만에 가장 건조한 여름이 이어지고 있는 영국은 화재 위험 최고 경보가 내려졌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영국 환경청은 2011년과 2018년 이후 세 번째로 가뭄을 공식 선언할 예정이다. 이 경우, 가정 및 상업 용도의 물 사용이 여러 가지 제한을 받게 된다.



살인적인 가뭄과 산불의 원인은 단연 기후변화, 지구온난화라고 할 수 있다. 세계 각국은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로 합의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탄소중립을 선도하던 유럽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에너지 위기에 석탄 화력발전소, 원자력발전소 등의 재가동을 선언하면서 '탄소 중립의 꿈'마저 흔들리고 있다.













정리=박주영 bluesky@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