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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단체가 운영하는 보호소 내 고양이 입양률은 개보다 낮은 편이다. 동네 고양이를 구조해서 보호하거나 입양하는 사람들이 이미 많아 보호소 내 고양이까지 입양 기회가 돌아오지 않아서다. 품종묘는 낫지만 이른바 '코리안 쇼트헤어' 종이면서 다 자란 경우면 입양 확률은 떨어진다. 여기에 장애까지 있다면 입양 순위는 더 밀릴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런 편견을 깨고 구조 반년 만에 새 '집사'를 만난 장애 고양이가 있다. 높은 곳에서 떨어져 앞다리가 부러진 채 거리를 헤매다 구조됐지만 결국 한쪽 다리를 절단해야 했던 '유자'(2세 추정)다.(관련기사☞"공놀이가 제일 좋아요" 앞다리가 부러진 채 구조된 고양이) 유자를 입양한 미국인 케이트 맥도웰(28)씨를 만나 입양 이야기를 들어봤다.
맥도웰씨는 2017년 2월 한국으로 와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원어민 강사를 시작했다. 그가 한국에 온 건 미국에서 한국인 친구들을 만나며 한국 문화에 관심이 생겼고, 한국어를 배운 영향이 컸다. 어릴 때부터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온 맥도웰씨는 한국에서도 개를 키우고 싶었지만 공간 부족으로 고양이를 입양하기로 했다. 그는 대전 시보호소에 가서 봉사활동을 하며 그곳에서 이듬해 고양이 '뽀미'(4세)를 만났다.
서울로 이사온 뒤부터는 마포구 잔다리로 동물권행동 카라 입양카페인 '아름품'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사실 유자가 처음부터 맥도웰씨의 눈에 들어왔던 건 아니다. 뽀미의 외로움을 달래줄 다른 고양이 입양을 고민하던 차 지난해 4월 카라 활동가로부터 유자를 추천받으면서 관심을 갖게 됐다. 맥도웰씨는 "유자는 겁이 많은 편이지만 다른 고양이와 잘 지낸다고 했다"며 "장애 여부를 떠나 뽀미와 잘 지낼 수 있는 고양이를 입양하고 싶었다"고 했다.
사회성이 좋은 유자는 뽀미를 잘 따랐지만 오히려 뽀미가 유자를 거부했다. 맥도웰씨는 처음에는 둘을 분리한 뒤 조금씩 만남의 횟수를 늘려 갔다.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꾸준히 노력한 결과 이제 둘은 잠도 같이 자고 밥도 같이 먹는 '찐 자매' 사이가 됐다. 지금도 유자가 뽀미에게 많이 양보하는 편이라고 한다.
유자는 뽀미에게는 마음의 문을 쉽게 열었지만 맥도웰씨 부부에게는 아니었다. 사람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컸고 집에 손님이라도 오면 도망가기 바빴다. 유자의 적응을 위해 그가 선택한 방법은 기다림이었다.
오른쪽 다리가 없는 게 유자가 생활하는 데, 또 맥도웰씨가 기르는 데 어려움은 없을까. 그는 "뽀미와 행동반경이 거의 같다. 처음엔 식탁 위에 올라가지 못했는데 이제 적응했는지 올라간다"며 "다만 앞다리에 무리가 가면 안 되기 때문에 체중 관리에 신경을 쓴다"고 말했다.
맥도웰씨는 미국이나 한국이나 믹스견, 동네 고양이가 입양 가족을 만나지 못하는 걸 안타까워했다. 그는 "한국 진도 믹스견처럼 미국도 핏불 믹스견이 입양처를 찾기 어렵다"며 "나이가 어리면 그나마 입양을 가지만 그 기회를 놓치면 보호소에 오래 있어야 하는 게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이어 "사람들은 새끼 고양이나 강아지를 입양하고 싶어하지만 오히려 성견, 성묘가 더 기르기 쉽다"며 "이들에 대한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