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이 들고 필사의 배수작업… 남하한 정체전선 충청권에 '물폭탄'

입력
2022.08.1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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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복대동 물 차오르자 주민들 나서
폭우에 무심천 도로 뜯기고 물에 잠겨
대전 갑천 범람·유성구선 맨홀 치솟아
11일 국내 최대 소양강댐 2년 만에 방류

11일 오전 밤새 강한 비를 맞은 충북 청주시 무심천 하상도로는 폭격을 맞은 듯했다. 빗물이 빠지며 모습을 드러낸 아스팔트 도로는 군데군데 뜯겼고, 여기저기서 쓸려와 어지럽게 널린 나뭇더미와 가지는 밤새 몰아닥친 폭우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 흙탕물로 변한 무심천은 무엇이든 휩쓸어버릴 듯 물살이 거셌다.

수도권과 강원 영서지역에 '물폭탄'을 쏟아냈던 정체전선이 충청권으로 남하해 세찬 비를 뿌렸다. 충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0일부터 이틀 동안 250㎜가 넘는 폭우로 무심천 하상도로가 침수되는 등 190여 건의 크고 작은 비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10일부터 이날 오후까지 주택과 상가 30동과 차량 17대, 농경지 2.1헥타르(㏊)도 물에 잠겼다.

특히 지난밤 3시간 동안 100㎜가 넘는 물폭탄이 쏟아진 청주시 복대동의 한 아파트에선 빗물이 차오르자 주민들이 직접 양동이로 물을 퍼내고 모래주머니를 쌓으며 배수작업에 나섰다. 주민들은 "순식간에 골목길에 어른 허리 높이까지 물이 차오르자 곧이어 길 전체가 물에 잠겼다"며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대전과 세종, 충남 주민들도 폭우에 가슴을 졸였다. 대전 갑천에선 불어난 물로 자전거도로가 뜯겨 나갔고, 나뭇가지와 풀이 뒤엉켰다. 대전 유성구에선 맨홀 뚜껑이 강한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솟아올랐고, 신탄진동 주택과 유성구 도룡동 지하건물 등 시내 곳곳에선 물이 차오르고 있다는 신고가 80여 건이나 접수됐다.

충남 공주에선 불어난 빗물에 주택이 잠겨 2명이 구조됐고, 시간당 60㎜가 넘는 장대비가 쏟아진 보령 오천면 일대 논도 물에 잠겨 사라졌다.

강원 홍천군 내촌면 화상대리 주민들은 나흘째 내린 폭우로 마을 진입로가 끊어져 고립생활을 이어 가고 있다. 주민 김모(56)씨는 "고립이 길어지다 보니 생업을 돌보지 못해 걱정"이라고 말했다.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 캠핑장에선 댐 방류로 95명의 발이 한때 묶였다.

국내 최대 소양강댐은 이날 오후 3시부터 초당 600톤을 방류하기 시작했다. 댐이 방류에 나선 건 2020년 8월 이후 2년 만이다. 춘천시는 재난 문자메시지를 보내 방류 중인 댐 인근 하천에 출입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소양강댐은 19일 오후 4시까지 방류 계획을 갖고 있다. 당초 9일 방류에 나서려던 소양강댐은 한강유역 피해를 우려해 방류를 두 차례 연기했다.

청주= 한덕동 기자
대전= 이준호 기자
세종= 정민승 기자
춘천= 박은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