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승리" 北, 남측에 책임 떠밀기… 김여정 "전단살포 강력 보복"

입력
2022.08.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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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방역총화회의서 '종식' 선언
'대북전단이 진원' 주장하며 위협
'내부 책임 희석·도발 명분 쌓기' 의도
통일부 "강한 유감… 모든 가능성 대비"

북한이 1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전 승리'를 선언하면서 '남측 책임론'을 들고 나왔다. 일단은 내부 책임을 희석하는 동시에 대북전단을 빌미로 대남 적개심을 고취하는 행보로 보인다. 다만 대남·대미 업무를 총괄해온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직접 "강력한 보복"을 예고해 남북이 걷잡을 수 없는 대립국면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1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전날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 연설에서 "방역전쟁이 종식되고 마침내 승리를 선포하게 됐다"고 말했다. 북한이 5월 12일 코로나19 감염자 발생 사실을 처음 공개하고 91일 만이다. 당시 시작됐던 최대비상방역체계 역시 정상방역체계로 등급을 낮추기로 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9일부터 감염자로 의심되는 유열자(발열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며 "(감염자 발생 후) 사망자는 모두 74명으로 치명률에 있어서 세계 보건계의 전무후무한 기적"이라고 자평했다.

회의에서 눈길을 끈 것은 김 위원장 연설 이후 토론에 나선 김 부부장의 발언이다. 김 부부장은 "정황상 색다른 물건짝(남측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들을 바이러스 유입의 매개물로 보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반드시 강력한 대응을 해야 한다. 이미 여러 대응안이 검토되고 있지만 대응도 아주 강력한 보복성 대응을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측 정부를 향해 "박멸할 것" "불변의 주적" 등 위협과 비난도 덧붙였다.

대북전단을 코로나19 진원으로 지목하는 주장은 지난달 북한이 국가비상방역사령부 조사 결과를 발표할 때도 나왔다. 다만 이번엔 김 부부장이 직접 발언한 것이어서 훨씬 무게감이 크다. 코로나 발병 책임을 남측에 돌리려는 의도가 명확히 드러난 셈이다.

물체 표면에 묻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전파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세계보건기구(WHO)와 전문가들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이 같은 입장을 고수하는 배경을 두고선 궁여지책이라는 분석이 많다. '뒷배' 중국을 유입 경로로 지목하긴 어렵고, 내부 관련자들에게 무더기로 강한 책임을 묻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남한을 표적으로 삼았다는 이야기다. '대남 대적투쟁'으로 북한 주민들의 눈을 돌리는 효과도 있다.

도발 명분 쌓기 의도도 엿보인다. 2020년 6월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기 전에도 김 부부장은 대북전단을 언급하며 위협을 가했다. 이번에도 김 부부장이 전면에 나서 보복을 예고한 만큼, 실제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작지 않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선전물 유입에 대한 경고 차원으로 한정돼 있긴 하다"면서도 "전단 살포가 이어지면 군사 행동, 조국평화통일위원회 공식 폐지를 비롯한 대화선 제거, 남북 간 기존 합의 무효 선언 등 대응이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22일 시작하는 한미연합군사연습을 빌미로 긴장을 고조시킬 여지도 있다.

물론 아직 북한의 행보를 단정하긴 어렵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도 내부적으로 경제건설과 주민생활 향상에 집중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며 "불필요하게 자극하는 행동을 않는다면 먼저 무리수를 두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이번 방역 승리 선언의 가장 큰 목표도 내부 결속 및 북중 교역 정상화에 있다는 분석이 많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근거 없는 억지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무례하고 위협적인 발언을 한 데 강한 유감을 표한다"면서도 "향후 동향에 대해선 예단 않고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준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