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지는 97 단일화... 박용진 "결단할 때" vs 강훈식 "효과 있겠나"

입력
2022.08.11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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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추격 급한 박용진, 단일화 거듭 제안
안방 '충청' 경선 앞둔 강훈식, 속도 조절

더불어민주당의 97세대(90년대 학번·70년대 생) 당권주자 간 단일화 논의의 불씨가 꺼져가고 있다. 1차 일반국민 여론조사 시작을 하루 앞둔 11일 박용진 의원은 재차 단일화 논의를 서두를 것을 제안했으나, 강훈식 의원은 사실상 이를 거부하면서다. 당내에서는 두 사람이 극적으로 단일화에 합의하더라도 현재 1위인 이재명 의원(누적 득표율 74.15%)의 벽을 뛰어넘기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많다.

박용진 "시간 얼마 남지 않았다"

박 의원은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을 공감하면 이제 모두 결단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며 "민심과 당심이 확인되는 방식이면 어떤 방식이든 강 의원이 제안하는 방식으로 단일화를 이뤄낼 용의가 있다"고 했다.

현재 2위(누적 득표율 20.88%)인 박 의원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강 의원과의 단일화를 촉매 삼아 향후 레이스에서 이 의원과의 격차를 좁히려고 했기 때문이다. 특히 반영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일반국민 여론조사(25%)에 앞서 단일화 여부가 결정돼야만 사표(死票)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일반국민 여론조사를 두 차례 실시하는데, 12일 실시하는 여론조사에 단일화 윤곽을 반영해야만 추격의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당내에서는 단일화의 마지노선은 전통적 지지층이 많은 호남 권리당원 투표가 시작되는 17일로 보고 있다. 권리당원의 35.7%(42만1,047명)가 호남에 있는 만큼 더는 미룰 수 없기 때문이다. 박 의원이 "단일화의 데드라인을 정하는 게 불필요한 압박으로 보일 것 같다"면서도 "전당대회 일정상 반환점을 도는 시점이 눈앞에 있고 호남 지역선거(권리당원 투표)가 다음 주에 시작된다"고 단일화를 재촉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강훈식 "활주로에 단일화란 방지턱 설치한 느낌"

그러나 3위(누적 득표율 4.98%) 강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강훈식이란 사람이 민주당의 비전과 미래를 얘기하는 비행기를 활주로에 띄워야 하는데, 활주로에 단일화라는 방지턱을 설치하는 느낌"이라며 "득표율 20% 후보와 5% 후보가 합쳐서 25%를 만든다고 해서 어떤 파급효과가 있는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세종 지역 기자간담회에서 '단일화가 무산된 것으로 봐야 하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며 "지금은 파괴력이 없다는 것이고, 반명(반이재명) 단일화만으로 민주당의 미래를 열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라고 여지를 두었다.

충남도당위원장인 강 의원은 오는 14일 충청(대전·충남·세종·충북) 권리당원 투표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재명 대세론을 꺾지 못할 바에는 충청에서의 선전을 바탕으로 단일화 협상에 나서거나 향후 정치적 행보를 감안해 완주를 통해 지명도를 높이는 편이 더 낫다는 판단도 하고 있다. 정치적 고향인 충청 경선에 앞서 강 의원이 단일화를 서두를 이유가 없는 배경이다.

단일화가 무산된다고 해도 박 의원에게 마냥 불리하지만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이 의원에 대한 견제구를 던지고 있는 박 의원이 비명(비이재명)계의 구심으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어서다. 한 호남 출신 의원은 "박 의원이 강 의원보다 비명계 색채가 더욱 뚜렷하다"며 "애초 두 사람의 가치가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강진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