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첫 3개월이 지나는 동안, 정책 혼선으로 시끌시끌했던 부처(장관)를 꼽는다면 교육부와 고용노동부가 먼저 떠오른다. 행정안전부와 이상민 장관, 법무부와 한동훈 장관도 잠잠할 날이 없었지만, 여긴 정책 논란보다는 정치공방에 휩싸인 측면이 훨씬 크다.
교육부는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추진으로 십자포화를 맞다가, 결국 박순애 장관이 취임 34일 만에 하차하는 참사를 겪었다. 고용노동부는 두 번 홍역을 치렀는데, 한 번은 이정식 장관이 노동개혁 우선과제로 공식 발표한 52시간제 완화를 다음날 윤석열 대통령이 "확정되지 않은 사안"이라고 부인한 것이었고, 다른 한 번은 대우조선 불법파업에 대해 대통령이 강경대응 입장을 밝힌 것이었다.
52시간제 완화 필요성에는 대부분이 공감한다. 핵심 대선공약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이 윤석열 정부 노동개혁 1호 정책이 되는 건 다른 문제다. 현 정부 노동정책에 밝은 한 인사는 "52시간제 완화는 어찌 되었든 사측이 원하는 사안 아닌가. 노동시장 이중구조 같은 핵심이슈를 제쳐두고 사측의 희망사항을 1호 노동정책으로 제시함으로써 잘못된 메시지를 주게 됐다"고 말했다.
대우조선 파업대응도 같은 맥락이다. 막대한 산업손실을 유발하는 불법적 파업에 정부가 정면대응 방침을 밝힌 건 정당했다. 하지만 파업의 원인을 파고들어 가면 우리나라 조선산업의 극심한 경기변동성과 이로 인한 조선업 노동자들의 취업 불안정성 같은 구조적 특징을 만나게 된다. 그렇다면 "정부도 조선업의 구조적 문제해결을 위해 꼭 노력하겠다. 하지만 불법파업을 더는 용인할 수 없다"고 얘기하는 게 모범답안일 텐데, 앞부분은 사실상 생략한 채 그냥 법과 원칙만 얘기하고 말았다.
노동계 동참 없이 지속가능한 노동개혁이 불가능하다는 건 역대 정권의 경험이 말해준다. 하지만 그 의도와 관계없이 52시간제 완화와 대우조선 파업대응 발언 때문에 '윤석열 정부 노동개혁=친경영 반노동'의 프레임이 짜이게 됐다. 굳이 이럴 이유가 없었는데, 노동개혁의 험난한 여정을 시작해야 하는 정부로선,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5세 입학도 검토할 만한 가치는 충분했다. 하지만 예고도, 공론화도 없이 2025년부터 시행하겠다고 전격 발표할 사안은 절대 아니었다. 6세를 5세로 낮추는 걸 그 나이 자녀를 둔 학부모들에게, 혹은 일선 교사들에게 미리 좀 물어봤다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노동도 그렇고, 교육도 그렇고, 논란이 된 건 다 사회정책들이다. 사회정책은 하나같이 이해관계가 매우 민감하게 얽혀 있어, 언제나 갈등을 내포하고 있다. 이익이 침해당한다고 판단되는 순간, 당사자들은 즉각 머리띠 매고 피킷을 든다. 소득세 올린다고(조세정책) 샐러리맨들이, 금리 인상한다고(통화정책) 대출자들이 가두행진을 하지는 않지만, 초등학교 입학 자녀를 앞에 둔 학부모나 하청노동자들은 언제든 거리로 몰려나올 수도 있다.
때문에 사회정책은 관철보다 중요한 게 설득이고, 강행보다 먼저 해야 할 게 조정이다. 그만큼 대통령이나 장관의 말 한마디는 치밀하게 준비되어야 한다. 논란이 됐던 교육, 노동정책들은 다 사회정책 추진의 제1조인 사전설득과 메시지관리에 큰 문제가 있었다.
윤석열 정부 3대 핵심 개혁과제인 노동, 교육, 연금은 다 사회정책 영역에 속한다. 아직 시작도 못했지만, 지난 3개월의 혼선을 교훈 삼아 치밀하게 준비하기 바란다. 특히 교육과 연금개혁은 공석 중인 장관(교육부 장관, 보건복지부 장관)부터 임명해야 하는데, 전문성은 기본이고 무엇보다 설득과 조정에 부합하는 인물을 택하는 데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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