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나오는 교육부…난제 쌓였는데 추진 동력 상실

입력
2022.08.1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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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애 부총리가 적어도 2년은 교육부를 이끌 것이라고 봅니다."

지난달 5일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우여곡절 끝에 취임한 뒤 한 정부 관계자는 이같이 예상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교육 분야의 이해관계에 얽히지 않은 행정학자인 박 부총리를 교육개혁 수행의 적임자로 꼽았기 때문이다. 음주운전 이력, 논문 중복 게재 등 논란에도 인사청문회 없이 임명을 강행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였다.

하지만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졸속 추진 후폭풍으로 박 부총리가 장수할 거라던 예상은 빗나가고 말았다. 난처해진 건 교육부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난제들이 가득한데, 교육계 안팎에선 벌써부터 교육 수장 공백이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10일 교육계에 따르면 박순애 부총리 후임 교육부 장관을 빠른 시일 내에 임명하긴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후보자로 거론될 정도의 덕망 있는 교육전문가들은 대부분 장관직을 고사하고 있다"며 "인사청문회에서 가족의 사생활까지 들춰내면서 장관이 되려고 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냐"고 반문했다.

교육부 장관 자리가 장기간 공석으로 남으면, 여론의 강한 반발을 산 만 5세 초등학교 입학·외고 폐지 외에 다른 정책들도 추진 동력을 잃을 수 있다. 반도체 등 첨단 인재 양성 방안은 이미 지방대와 수도권대 간의 갈등이 커진 상태다. 유보(유아교육·보육) 통합, 고교 체제 개편,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등 현안들은 첨예한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하는 정책들로, 타부처와의 협업이 필요하다. 교육 비전문가 출신 차관 체제로는 완수하기 벅찬 과제들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난맥상을 타개하기 위해선 장관 후보 인재 풀을 넓히고, 도덕성 검증보다 능력 검증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일련의 사태에서 확인했듯이 교육부 장관은 타부처와 달리 교육 현안에 이해가 높은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반상진 전북대 교육학과 교수는 "차기 장관은 정책과 관련된 내용을 꿰뚫어보고 학부모 등 이해관계자를 상대로 교육적 가치를 설득할 수 있는 전문가가 발탁돼야 한다"며 "차관, 차관보 모두 교육 분야 전문가가 아닌 상황에서 차기 장관마저 정무적 판단으로 임명한다면 교육부의 정책 대응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교육학과 교수는 "유능한 장관을 임명하려면, 도덕 검증은 비공개로 진행하는 대신 능력과 자질, 교육에 대한 비전, 갈등을 봉합할 수 있는 리더십 등을 공개 검증하는 편이 현실적"이라고 조언했다. 인사청문회 통과 가능성이 높은 정치인 출신 장관 임명에 대해선 "교육 정책이 정권 입맛에 맞게 추진될 우려가 있다"며 반대하는 목소리와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오래 활동한 국회의원이라면 괜찮다"는 의견이 상존했다.

국가교육위원회의 출범을 서둘러 교육부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당장 교육부 장관을 임명하기 힘들다면, 국교위 위원 구성부터 서둘러야 한다"며 "국교위에서 국민 의견을 수렴해 정파를 떠난 교육정책을 만들고, 이를 통해 윤석열 정부의 교육개혁이 이뤄진다면 국민적 지지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박 교수는 "논공행상식으로 위원이 구성된다면 국교위 역시 시작하기도 전에 편파적이라는 선입견에 갇혀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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