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배 한국기상산업협회 본부장은 지난 8일 서울 동작구에 시간당 140㎜ 수준으로 쏟아진 '초국지 폭우'의 원인 중 하나로 '기후변화로 인한 대기 중 수증기 증가'를 지목했다.
1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김 본부장은 8일과 9일에 걸쳐 수도권에 쏟아진 폭우를 두고 "우리나라 여름 강수 패턴은 원래 소나기 형태인데, 그 발생 빈도나 정도가 과거보다 세진 것"이라면서 "기후변화로 지구를 덮고 있는 공기가 따뜻해지고 있기 때문에 그 안에 포함할 수 있는 수증기의 양이 늘어나고, 그 수증기가 조화를 부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이번 폭우를 8∼9월에 왔어야 할 장마가 먼저 온 '이른 가을 장마'로 보면서 폭염으로 인한 최고기온 경신, 평소에 보지 못한 폭설과 함께 '이상 기상 현상'의 사례로 지목했다.
이런 장마가 과거와는 다르게 특정 지역에 집중한 초국지성 호우의 양상을 보이고 있는 점도 짚었다. 그는 "(과거의) 초여름 장마는 한 달 내내 여러 날 지루하게, 장마전선이 남북을 오가면서 단계적으로 비가 내렸다"면서 "올해는 지난 1차 장마 때도 중부에 주로 내렸고 이번에도 중부에 집중해 내리는 특이한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보고서에 따르면 모든 과학자들이 동의를 하는데, 비가 내리면 폭우의 빈도가 늘어나고, 그 강도도 더욱 극렬해질 것"이라면서 "지역의 평균적인 기상 현상이 아닌 이상 현상이 앞으로 자주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기상청 우진규 예보분석관은 본보에 "단기적 기상 변화만으로 기후변화에 영향을 받았다고 단언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영향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다"면서 "수증기 양이 과거에 비해 많아지고 해수면 온도가 올라가는 것은 사실"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수도권 폭우를 유발한 '띠 구름'은 찬 공기와 따뜻한 공기의 충돌로 발생하는 전형적인 정체전선으로, 과거에도 목격된 여름철 장마와 사실상 동일한 형태다. 기상청은 이런 현상이 해마다 반복될지 여부를 확정할 수 없어 이번 비를 장맛비로 규정하진 않고 있다.
이 정체전선은 현재 충청권으로 남하해 최대 300㎜의 비를 뿌릴 것으로 예보됐다. 김 본부장은 "지금은 충청도와 경상북도 산간 지방에 걸려 있으면서 이쪽에 많은 비가 내리고 있고 오늘과 내일 사이에 서울은 소강상태에 들 것"이라면서 "남부지방에서 14일 정도까지 내리다가 다시 올라와 15일과 16일은 다시 올라와 중부지방에 비가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