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남부에 이틀간 500㎜가 넘는 비를 쏟아낸 정체전선은 10일 남하해 충청권에 폭우를 뿌렸다. 수도권과 강원권은 하루 정도 맑개 갠 하늘을 볼 수 있었으나, 11일 다시 비구름이 북상하면서 많은 양의 비가 내릴 가능성이 높아 대비가 필요하다.
기상청은 이날 오전 1시 경기 북부와 강원 북부를 시작으로 오전 5시까지 차례대로 수도권과 강원권 대부분 지역의 호우특보를 해제했다. 정체전선이 충청권과 경북 북부 쪽으로 내려가면서 비가 대부분 그쳤기 때문이다.
반대로 같은 시간 충청권에는 차례대로 호우주의보와 호우경보가 발효됐다. 대전과 세종시를 포함해 충청권 대부분 지역에 호우경보가 발효됐고, 강원 남부 일부와 경북, 전북 일부 지역에는 호우주의보가 내려졌다. 비구름대가 남하하면서 대구를 포함해 경북 지역에 내려졌던 폭염주의보는 해제됐다.
집중호우가 시작된 지난 8일 0시부터 10일 오후 4시까지 가장 많은 누적 강수량을 기록한 곳은 경기 양평군(532.5㎜)이다. 이날 새벽에 비가 더 내려 기상청이 위치한 서울 동작구 기록(525㎜)을 넘어섰다. 이 밖에 경기 광주시(524.5㎜)와 여주시(496㎜) 등에도 이틀 만에 두 달치 강수량에 가까운 비가 쏟아졌다.
강원 횡성군에도 같은 기간 365.5㎜에 달하는 비가 내렸으며, 9일부터 본격적으로 정체전선이 머무른 충청권에서도 제천시(216.5㎜), 당진군(173㎜) 등이 많은 양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10일로 한정하면 오후 5시까지 일강수량 156.1㎜를 기록한 대전에 가장 많은 비가 내렸다.
충청권을 중심으로 11일까지 최대 300㎜ 이상의 많은 비가 쏟아지고 경북 북부 내륙과 전북 북부에도 100~200㎜의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우진규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10일 밤부터 11일 새벽에는 정체전선이 강화하면서 강하게 내릴 때는 시간당 50~100㎜가 내릴 수 있다"며 "집중호우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비 피해 복구가 채 이뤄지기도 전에 정체전선이 다시 수도권 쪽으로 북상한다는 데 있다. 기상청은 11일 정체전선이 일시적으로 북상하면서 수도권과 강원 영서 지역에 다시 비를 뿌릴 것으로 봤다. 특히 이미 많은 비로 지반이 약해져 위험한 수도권과 강원 중남부 내륙지방에는 다시 100~300㎜에 달하는 많은 비가 내릴 가능성이 있고, 정체전선이 오르내리며 겹치는 경기 남부와 충청 북부 등에는 최대 350㎜에 달하는 비가 더 올 수 있다.
비구름대가 왔다갔다 진동하는 이유는 기단 간 세력 싸움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북쪽에서 내려온 건조하고 차가운 공기와 남쪽에서 올라오는 습하고 뜨거운 공기가 우리나라 중부지방 상공에서 만나 엎치락뒤치락 샅바 싸움을 길게 이어 가고 있다는 뜻이다. 현재 정체전선은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약 100㎞ 구간을 오르내리고 있다.
정체전선은 12일쯤 남부 지방 쪽으로 내려간 뒤 약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쪽 건조 공기 세력이 우세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13일 전후로 북한 쪽에 새로운 정체전선이 생길 가능성이 있어 안심할 수는 없다. 기상청은 "많은 비로 지반이 약해진 상태에서 추가로 내리는 비로 피해가 우려된다"며 철저한 대비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