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발생한 서울 지하철 7호선 이수역과 9호선 동작역 침수는 기록적 폭우를 예상하지 못한 역사 측의 인력 부족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9일 이수역 침수 상황과 관련해 "다른 출입구와 비교해 저지대였던 9번 출구로 빗물이 집중 유입됐다"며 "9번 출구에는 사람의 힘으로 밀어서 닫는 차수문이 있는데 직원이 시민 8명의 도움을 받아 겨우 막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침수를 막기 위해 역 출입구에 설치하는 차수판과 차수문은 사람이 직접 설치하거나 닫아야 한다. 그러나 10개 출입구가 있는 이수역에는 사고 당시 역무원 2명과 사회복무요원 1명만 근무 중이었다.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비가 쏟아지면서 역사 측 인력만으로는 침수 차단에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동작역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동작역에도 침수 당시 역무원 2명만 근무하고 있었다. 서울시메트로9호선에 따르면, 동작역에서도 다른 출입구보다 저지대인 6번 출구를 통해 물이 한꺼번에 유입됐다. 준비돼 있던 30㎝ 높이의 차수판을 설치했지만, 쏟아지는 물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메트로9호선 관계자는 "평균 2명이 1개역을 맡고 있으며, 1인 역사도 있다"면서 "이번 사태와 같은 비상상황에 대비해 인력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일대가 침수됐던 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역의 경우, 사고 당시 직원 23명이 투입돼 침수 피해를 최소화했다. 강남역 지하상가와 출입구를 운영하는 서울시설공단 관계자는 "평상시 강남역에는 17명이 근무하는데 사고 당시에는 본사 직원 5명이 추가로 파견돼 차수판과 모래주머니를 설치해 빗물을 막았다"고 전했다.
서울시 규정도 기록적인 폭우에는 무용지물이었다. 2020년 3월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가 발간한 '도시철도 관련 법령 및 규정 자료집'에서는 배수 펌프가 있는 공간인 집수정 관련 기준을 '지상개구부의 유입 수량을 강우 강도 100년 빈도의 유입 수량으로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115년 만의 폭우에 대응할 수 없도록 설계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규정을 현장 상황에 맞게 꼼꼼히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창삼 인덕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폭우가 예상됐을 때 현장 인력을 늘리는 등 비상상황에 맞는 대응을 하지 못한 게 아쉽다"면서 "차수시설도 일률적 기준을 두는 게 아니라 역사별 지형과 상황을 고려해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