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9일 사면심사위원회(사면위)를 열어 8·15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자를 선정했다. 고물가와 대외 여건 악화 등으로 경제인 중심 특별사면이 단행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사면 여부를 두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이날 오전 11시 10분 사면위 전체회의를 열어 오후 4시 20분까지 특별사면 대상자 심사 및 선정 작업에 나섰다. 사면위는 사면 및 복권 대상을 확정하기 위해 설치된 법무부 소속 자문위원회로, 법무부 장관을 포함해 4명의 법무·검찰 소속 내부위원과 5명의 외부위원으로 꾸려진다.
이날 사면위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불참해, 이노공 차관이 주재해 대상자를 선정했다. 통상 법무부 장관이 사면위 당연직 위원이지만, 사면 상신권자라는 점을 감안해 독립성·중립성 보장 차원에서 사면위에 불참하는 게 관례다. 심사위 외부 위원들은 회의 직후 취재진의 질문에 "심사 내용을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사면 규모는) 생각보다 수가 적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면위 결과는 법무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대통령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사면권을 행사하게 된다. 법무부 관계자는 "특별사면 대상자는 임시 국무회의가 열리는 12일에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이번 사면위 심사 대상엔 경제인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계에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등이 거론됐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은 이재용 부회장의 경우, 지난달 25일 형기가 종료됐지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5년간 취업이 제한된 상태다. 재계에선 정상적 경영활동을 지원해주는 차원에서 이 부회장을 사면·복권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다만 정무적 판단이 필요한 정치인 사면 여부는 윤 대통령 의중에 따라 최종 결정될 전망이다. 당초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지사가 유력 사면 대상으로 꼽혔지만, 민심 악화를 의식한 윤 대통령이 입장을 선회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동훈 장관 역시 이날 사면위 기준을 묻는 취재진에게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고 말했다.
사면위의 일반 형사사범 심사와 관련해선 서민생계형 사범과 특별배려 수형자 등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코로나19 등으로 생계가 어려운 상황에서 먹고사는 문제로 생긴 죄질이 나쁘지 않는 범죄에 대해선 사면하자는 분위기가 있다"고 귀띔했다.